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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여객기 기장, 지금은 그냥 알바생" 어제도 오늘도 복직만 기다린다

코로나에 강제 휴직

항공·여행·숙박업 종사자들
백신개발후 복직 기대했지만
코로나 재확산에 감감무소식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거나
고용지원금·대출로 버텨

운 좋게 회사에 남은 사람도
다음은 "내 차례인가" 긴장
조직원 사기 잃은 지 오래

"1년 넘게 코로나 업무만"
보건·간호직은 지쳐서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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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항공사 중에서도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여행사, 호텔과 면세점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에게 코로나19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악몽이다. 제주항공·티웨이 등 주요 LCC 4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0%나 줄었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여행업 대표 7개사 매출 역시 같은 시기에 70% 넘게 빠졌다. 그런데 그동안의 어려움은 시작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마저 9월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 직장인들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본업을 떠나 코로나19 업무에 투입돼 있는데, 잠깐일 줄 알았던 기간이 1년 반에 이르고 있다. 국내 확진자가 줄고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 때 해외 출장을 줄줄이 잡아놨는데, 취소하지도 강행하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회사원도 여럿이다. '코로나 블루(우울)'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를 1년 넘게 다니게 될 줄 몰랐다는 직장인도 있다.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 팀이 길어지는 코로나19만큼 멀어지는 직장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퇴직금 덜 받아도 좋으니 복직 원해"



"해고된 직원들은 퇴직금과 밀린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덜 받아도 좋으니 하루빨리 복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스타항공에서 기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소득 절벽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경영 악화로 지난해 정리해고된 A씨는 "이스타항공이 성정에 인수됐다는 소식과 함께 때맞춰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복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복직과 정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회사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LCC 기장인 B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무급휴직 기간이 2개월이었던 그는 올해는 4개월을 무급휴직으로 날려야 할 상황이다. 그는 "씀씀이를 줄인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신용대출이 많아졌는데,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항공 업계에서는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강한 업황 회복을 기대했으나,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복지 혜택마저 줄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직장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들은 이제 파일럿이란 직업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재경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B씨는 "필름 인테리어 일을 배워 아르바이트로 버티고 있다"며 "휴직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자격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쉽지 않아 현금으로 일당을 받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업종에 따라 휴직 기간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항공사 일반직 직원 중에도 벼랑 끝에 몰린 이가 적지 않다. 대한항공 지상직 직원 C씨는 "앞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 많은 동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40대 이상 가장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 '책잡힐라' 새 업무 기피하는 직원들


10년 넘게 여행사에 재직 중인 40대 남성 D씨는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여행 업계 전체가 한계 상황에 직면하자, 회사는 D씨의 바로 위 상사까지 권고사직을 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D씨는 하루아침에 팀장이 됐지만, 다음 감원 대상이 본인이란 생각에 몇 달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그가 팀장을 달자마자 일주일에 3일만 일하게 됐고, 월급도 예전의 70~80%로 줄었다. 그는 "동료들이 많이 떠난 상황이라 남은 직원 누구도 웃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 분위기가 대단히 어두워졌다"며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걱정돼서인지, 후배들이 혁신적인 업무나 변화를 기피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여행 업계 종사자들은 "나라가 여행업을 버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여행사 직원 E씨는 "여행업은 정부의 운영 제한이나 금지 단계에 속한 업종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식당·헬스장 등과 달리 지원금 지급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여행사가 2만여 곳에 달하는데 재난지원금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지원금을 받지만 최대 400만원에 불과하다"며 "여행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전혀 없고, 업종을 전환하고 싶어도 코로나19 융자를 받은 업체는 이를 다 갚기 전까지는 폐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호텔과 면세점 업계 역시 서울 목 좋은 곳에서 영업을 하던 유명 호텔·면세점들이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휴업·폐업 상태에 놓이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나마 간신히 버티는 호텔들도 인력을 최소한으로만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계 대형 호텔에서 근무하는 F씨는 "추가 인력 채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국내 손님이 주말에 집중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는 상황이라 남은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8년째 롯데면세점에서 근무 중인 G씨는 "2015년 메르스와 2016년 사드 사태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면세점이 없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마저 생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 1년 넘게 코로나 업무 중인 파견공무원


항공·여행·호텔·면세점만큼 생존의 갈림길에 선 것은 아니지만, 다른 업종 직장인들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러 고통과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중동에서 근무 중인 한 건설사 직원은 "3년 근무를 마치고 올여름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본사에서 복귀 일정을 늦추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해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들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방위산업체 직원은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 때, 내년 초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라고 지시를 받았다"며 "그런데 국내외 모두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인데, 아직까지 출장 일정이 취소되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직장인 중에는 "1년 넘게 본업을 떠나 코로나19·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만 하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하는 이가 많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올봄까지만 해도 버티던 보건직·간호직 직원들이 결국 몸과 마음이 지쳐 하나둘씩 휴직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못 버티고 쉬기 위해 떠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한 금융사에 다니는 회사원은 "작년부터 우울감이 생겨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 처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복용량을 늘렸다. 의사에게 물어보니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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