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호찌민 중심가에 한국 은행들 집결…印尼는 신흥 격전지

탄력받는 `금융 신남방`

동남아 현지 금융사 M&A
모바일·비대면 노하우 활용
카드·보험·증권 전방위 진출

베트남 최대 아그리뱅크는
NH농협과 지분투자 논의
◆ 아세안서 꽃피는 금융한류 (上) ◆

사진설명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1층 영업점에서 현지 직원이 고객들을 상담하고 있다. [호찌민 = 정주원 기자]
베트남 호찌민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통일궁 앞 광장은 드넓은 광장과 하늘로 치솟은 마천루, 화려한 백화점 건물이 늘어서 베트남의 빠른 경제 발달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 행렬 못지않게 자동차 수도 급격히 늘었다. 오토바이와 차로 가득한 이곳 광장에서 도보 6분 거리에 위치한 21층짜리 엠플라자사이공 빌딩은 한국 교민들에게 익숙한 건물이다. 이 건물 1층에는 신한은행, 2층엔 우리은행, 3층엔 KB국민은행 지점이 각각 입주해 있다. 부산은행 지점과 대구은행 호찌민사무소, KDB산업은행 호찌민사무소도 이 건물을 사용한다.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는 다이아몬드플라자에도 코트라 호찌민무역관과 IBK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포스코건설 등 한국 기업이 모여 있다. 층별 입주 건물을 알리는 빌딩 간판만 보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바로 알기 어려울 정도다.

국내 금융회사의 활발한 신남방 행보는 궁극적으로 '아시아 한류 금융벨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과거 연락사무소에 그쳤던 해외 네트워크도 이제는 본사 수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캐시카우'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신한·KEB하나·우리)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익은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사업 노하우가 많은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이익은 2855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법인의 지분 이익을 반영할 경우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손익은 3215억원으로 자체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이는 2013년 957억원에서 5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한 숫자다. 국내 금융권 중에서 가장 많은 422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우리은행도 지난해 글로벌 순이익이 2000억원에 가까운 1975억여 원에 달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적극적이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달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를 찾아 현장 거점을 방문하고 현지 중앙은행과 은행 관계자 등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최대 은행인 아그리뱅크의 찐응옥칸 회장과 면담하고 지분투자를 포함한 은행·비은행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얀마에서도 현지 최대인 HTOO그룹의 은행·보험·여신전문회사 등 금융자회사와의 협력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설명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3단계에 걸친 진화를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 연락사무소 역할에 불과하던 1단계를 넘어 현재는 본격적인 현지화로 불리는 2단계를 완성 중이다. 사무소 수준인 1단계 해외 점포는 국내 기업 고객의 수출·무역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였다. 여기에 현지 정보 수집과 의전 업무가 주류였다. 2000년대 이전 선진국에 진출했을 때가 전형적인 1단계다. 2단계의 핵심은 현지 시장 공략이다. 초기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현지의 한인이나 한국 업체에 고용된 현지인을 상대로 한 영업이 주를 이뤘다.

베트남이 급격히 떠오른 것도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로 금융사가 직간접적 일감을 얻은 영향이 컸다. 입지를 다진 금융사는 한 발 더 나아가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해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7년 말 베트남의 호주계 ANZ은행 리테일 부문을 인수한 것이나 신한카드가 지난달 현지 소비자 금융회사인 푸르덴셜 베트남(PVFC)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 3단계는 아시아 금융지주사 설립이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와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회사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로 입지를 다진 신한은행도 현지 금융그룹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신한은행과 함께 진출한 신한카드 사업부는 물론이고 2010년에는 신한금융투자, 2015년 신한생명, 지난해 신한디에스까지 베트남에 진출했다.

물론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는 위험도 따른다. 기반도 없고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사업하는 만큼 새롭게 은행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같은 아세안 국가여도 국가별 규제환경과 진출 단계는 천차만별이란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KB국민은행이 지분 22%를 인수한 부코핀은행에 대해서는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이승윤 기자(중국 상하이·선전, 홍콩) / 김강래 기자(싱가포르, 태국 방콕) / 정주원 기자(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