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아세안시장에 韓미래 달려…부산을 전초기지로 활용해야"

로돌포 필리핀 산업부 차관
"부산 지정학적 위치 중요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육성"

한승주 아산정책硏 이사장
"미·중갈등으로 韓샌드위치
아세안과 협력강화로 극복"
◆ 2019 세계지식포럼 부산 / 아세안의 미래 세션 ◆

사진설명
30일 부산광역시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9 세계지식포럼 부산'에 참석한 300여 명의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이 부산의 미래 전략을 골자로 한 오거돈 부산시장의 환영사를 경청하고 있다. [부산 = 한주형 기자]
"신남방시대를 맞아 부산은 동북아에서 싱가포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30일 부산광역시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9 세계지식포럼 부산'에 참석한 세페리노 로돌포 필리핀 통상산업부 차관은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속에 한국은 남쪽(아세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했을 때 부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돌포 차관은 "지정학적으로 부산은 대아세안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 주요 항만도시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 동남아 제1의 도시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오는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부산에서 '아세안 미래'(1세션)와 '새로운 대안, 수소경제'(2세션)를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무부 장관)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로돌포 차관,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대사,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에릭 메이 서호주대 교수, 닉 브라운 로이드선급그룹 조선해양부문 대표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한승주 이사장은 '아세안의 미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대응과 영국 브렉시트 여파로 국제주의와 다자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아세안과 세계 각국은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현상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일본과 미국의 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중국의 BRI(Belt and Road Initiative) 등 강대국들은 동남아 관련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도 신남방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는 국제 관계와 경제 분야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일본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 대안으로 아세안 시장을 주목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총인구가 6억5000만명으로 세계 3위, 경제성장률 연평균 5%, 평균 연령 30세, 경제활동 참가율 70% 등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다.

로돌포 차관은 "경제 대국들이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집중된 수출시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아세안 국가들의 노동력을 결합한 새로운 경제 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돌포 차관은 "많은 한국 수출품들이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가속화하면 그런 방식은 난관이 예상된다"며 "필리핀의 경우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상당수 품목에서 관세율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이 필리핀에 투자해 수출 전진기지로 만드는 것도 미·중 무역분쟁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로돌포 차관은 "필리핀은 한국의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 등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아세안 국가 대부분은 일본산 자동차 진출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한국이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전기차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한국이 필리핀에 관련 투자를 해 전기차 시장의 거점을 구축하면 아세안을 넘어 세계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대사는 "한국에서 아세안 국가에 대한 관심이 심상치 않다"고 밝혔다. 하디 대사는 "아세안 국가에서 K팝 열풍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대사로 부임한 2017년부터 한국 학계, 미디어, 시민사회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아세안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디 대사는 이어 "아세안이 세계를 이끄는 기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고, 한국이 아세안의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아세안 또한 현재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혁신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고, 국제적 사안에 있어 목소리를 키워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종 연세대 교수(국제관계학과)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BRI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국에 양자택일의 문제로 다가오지만 아세안을 활용하면 이를 다자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계적인 금융 협력에 대한 필요성과 아세안에 대한 인식 제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충열 한국동남아연구소장은 "금융기관이 아세안 현지에 정착하려면 현지 은행산업과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수 지식부장(팀장) / 김경도 전국취재부장 / 배한철 영남본부장 / 박동민 기자 / 유주연 기자 / 윤원섭 기자 / 이재철 기자 / 서대현 기자 /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 신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