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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도춤 동호회·K팝 배틀…C세대 "한류, 우리식으로 즐기죠"

아세안 현지문화와 결합…`한류의 진화`

印尼 자체 K팝 공연 이벤트
젊은이 500여명 모여 `북적`

한류콘텐츠 단순 소비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겨

국내 기업도 아세안 현지화 주력
영화·아이돌 등 기획 단계서부터
아세안 문화·관습 고려해서 설정
◆ 아세안 'C세대'가 뜬다 ④ / C-wave(한류의 재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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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클럽에서 열린 'dizkorea spring' 행사. [사진 제공 = dizkorea]
"하나둘, 하나둘…돌리고~." 필리핀 마닐라 보니파시오 중심가를 살짝 비켜난 곳에 있는 마닐라 한국국제학교의 한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익숙한 추임새와 장단 소리가 들린다. 교실에 들어서자 필리핀 젊은 여성 5명이 한복 치마를 입고 어깨와 허리에 북을 묶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도교사의 신호에 맞춰 들어맞아 가는 그들의 춤사위와 북채 놀림은 자못 진지하다. 이들이 배우고 있는 것은 전라남도 진도에서 유래한 한국 전통무용인 진도북춤이다. 한국인에게도 다소 생소한 한국 전통춤을 배우고 있는 이들의 열정은 취미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의 지원 아래 진도에 직접 방문해 국립국악원으로부터 춤을 전수받기도 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자닌(21)은 "여기 있는 모두 나처럼 K팝 아이돌이나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대중매체를 통해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특별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 여기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세안에서 한류가 밀레니얼 세대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꿈틀대고 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아세안에 불었던 한류 열풍은 능동적인 아세안 밀레니얼들에 의해 풍향계를 달리하고 있다.

기존 한류가 멀찍이 떨어진 한국에서 오는 음악과 드라마를 소비하는 '주입식 한류'였다면, 아세안 밀레니얼들은 이제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류를 재해석·재구성해 즐기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8.1%의 고성장세를 기록한 아세안 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밀레니얼들에게 이제 한류(K-wave)는 'C-wave(C세대의 물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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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필리핀 마닐라 한 쇼핑몰에서 진도북춤 동호회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주필리핀 한국문화원]
K팝을 즐기는 방식의 진화가 대표적인 모습이다.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를 가고, 굿즈를 구매하는 방식에 더해 스스로 K팝을 도구 삼아 무대를 만든다. 인도네시아 최대 한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아닌사(25)는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dizkorea'라는 K팝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dizkorea'는 K팝 팬들을 위한 공간으로, 클럽을 대여해 전문 DJ들의 K팝 리믹스 배틀과 K팝 커버 대결 등을 진행한다. 지난 4월 27일 자카르타 시내 클럽에서 벌어진 5회 이벤트에는 K팝 팬 5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귀가 찢어질 듯한 K팝 클럽 음악에 맞춰 춤추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슬람 전통 복장인 히잡을 찾기 어렵지 않다. 아닌사는 "K팝을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함께 이벤트를 꾸리는 디나르(28)는 "인도네시아에서 하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 티켓 비용은 한국 돈으로 8만~20만원이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의 한 달 생활비가 15만~2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라며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드는 K팝 콘텐츠로 한류 팬들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수요에서 나타나는 변화 조짐도 한류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 드라마 중 보다 현지 정서와 문화에 적합한 콘텐츠들이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필리핀 최대 방송국인 ABS-CBN에 속한 채널 '아시아노벨라(Asianovela)'의 카를로타 로살레스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의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송출하는 우리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율은 80%가량"이라며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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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스카이캐슬'은 한국식 교육과 문화요소가 많이 들어가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냄새를 보는 소녀' 등 한국에서는 적당한 팬덤이 있었던 드라마가 오히려 필리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 보니 기존에 드라마 수입 경향이 출연 배우들을 주로 봤다면 이제는 필리핀에서 통할 스토리 등을 감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에 개설된 아시아노벨라는 마닐라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만 송출됨에도 전국에서 시청률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지 콘텐츠업계는 현지에 더욱 밀착할 수 있는 한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기업인 '트랜스미디어 코르포라'는 지난해 한국의 대형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합작 회사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랜스미디어코르포라는 이를 통해 영상 콘텐츠와 이벤트 제작, 아이돌 인재 육성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기획사 'ShowBT'를 운영 중인 김정훈 대표는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현지에서는 한국의 체계적인 가수 육성 방식이 전무하다시피 한다. 한국식 가수 육성법을 도입하면 현지에서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해외에서의 한류 바람은 점점 더 현지 밀착력에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임영신 기자 (자카르타·방콕) / 김인오 기자 (하노이·치앙마이·치앙라이) / 류영욱 기자 (자카르타·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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