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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A] 아세안 투자 베트남에만 쏠려…메콩강國과 경협 늘려야

이진명,임영신 기자
이진명,임영신 기자
입력 : 
2019-05-13 17:34:32
수정 : 
2019-05-14 09: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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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신임 주아세안 대사

韓교역 불균형상황 개선위해
제2·3의 베트남 적극 개발을

아세안 인프라·금융·물류서
한국, 적극적 역할하게 할 것

국가관계도 사람관계와 같아
중국·일본과 차별화하려면
더 편하게 더 겸손하게 접근
사진설명
한국 정부는 신남방 정책을 통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의 관계를 4강(미·중·러·일)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주아세안 대표부를 미국 뉴욕의 유엔 대표부 수준으로 격상했다. 아세안에 공들여 온 중국이나 일본도 하지 않은 파격 조치다. 그동안 국장급이 맡았던 아세안 대사에 처음으로 차관급이 발탁됐다. 그 주인공이 대미·대중·북핵 외교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외교부 1차관까지 역임한 임성남 신임 주아세안 대사다. 임 신임 대사는 아세안 대표부가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발하기 전날인 지난 9일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는 한반도 주변 4강에 매몰된 한국 외교 전략의 틀에 변화가 시작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세안은 굉장히 젊고 역동적인 지역"이라며 "앞으로 아세안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분야에선 베트남에 절반가량 치중된 투자와 교역을 다변화해 제2·3의 베트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대사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아세안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잠재적 가능성이 큰 시점에 근무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일과 차별화하려면 우리가 아세안에 더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세안 대사직이 이번에 처음 차관급으로 위상이 높아졌는데 그 의미는. ▷문재인정부가 신남방 정책에 대한 중요성과 한·아세안 간 관계에 부여하는 비중을 잘 보여주는 조치다. 외교부 1차관을 맡았던 사람이 이번에 아세안 대사로 부임하는 것에 대해 아세안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 올해는 한·아세안이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0년을 맞는 해다. 한·아세안 관계는 성장기를 지나 보다 발전하고 원숙해지는 30대에 접어들게 됐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가 가까워지는 추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아세안 대표부에 어떤 변화있나. ▷대사 직급이 격상되면서 직원이 과거 5명에서 3배 늘었다.

이번에 확대 개편된 아세안 대표부는 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지역본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관심 분야별로 그룹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아세안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아세안 관계에서 중요한 현안은. ▷한국과 아세안 간 부정적 갈등 요인은 없다. 지리적으로 국경을 접하지 않아서 영토 분쟁이 없고 식민지 경험이 있어 역사적 공감대가 있다. 1960~1970년대 한국이 경제 개발에 진력한 것처럼 아세안도 경제 발전에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도 우리와 유사하다. 현 단계에서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다. 첫째는 아세안의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이다. 2018년 11월 아세안이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ASCN)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행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우리 기업이 기여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 둘째는 아세안의 과제 중 하나인 개발 격차를 극복하려면 금융 격차를 줄여야 한다. 아세안에 금융선진국도 있지만 은행 계좌가 없는 나라도 많다. 한국 금융사의 법인과 점포의 3분의 1이 아세안에 진출해 있다. 아세안 금융 분야에서 한국이 기여할 여지가 많다.

―한국이 아세안 중에서도 베트남에 치중한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의 투자와 교역이 아세안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한국 입장에선 이런 불균형 상태를 시정하기 위해 제2, 제3의 베트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도 한국의 투자와 교역이 일부 국가에 몰리기보다 균형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교역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메콩 장관회의를 이번에 정상급 회의로 처음 격상시켰다.

―아세안 대표부서 북한 이슈도 다루나. ▷북한은 아세안 회원국들과 수교했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아세안 간 관계는 다른 지역 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다고 볼 수 있다. 아세안에서도 매번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만큼 관련 교섭에 참여할 것 같다.

―대북 식량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카드다. 일각에서 문재인정부가 북한과 대화만 한다고 하는데 전 정부의 마지막이라든지, 현 정부 초기의 한반도 정세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지 거꾸로 질문하고 싶다. 원론적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한국이 대화를 추진하고 미국이 제재를 하자는 것은 '굿캅(온건한 경찰)'과 '배드캅(거친 경찰)'으로 역할을 나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굿캅·배드캅 상황에서 북한이 식량 지원 카드를 물게 하려면 물밑 교섭이 중요하다.

―아세안이 중시하는 역내 '연계성(connectivity)' 측면에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아세안은 회원국 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MPAC) 2025'를 채택했다. △지속가능한 인프라 △디지털 혁신 △원활한 물류 △제도의 혁신 △인적 이동 등 5개 분야로 구성된다. 각 분야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 특히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 물류산업이 많이 발전했는데 이런 경험이 아세안에 접목될 수 있다.

―한국은 아세안에서 중국·일본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어떤 강점을 살려야 할까. ▷아세안은 중국과 일본처럼 큰 나라보다 중견국인 한국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일대일로에서 스리랑카가 과도한 부채로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 사례처럼 아세안은 중국에 불안감이 있다. 동남아를 석권했던 일본에 대해서도 역사적 경험에 비춰 우려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한 배경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국가 간 관계도 사람 간 관계와 같다. 이번에 아세안 대사로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싱가포르로 가느냐'고 묻더라. 우리가 아세안에 대해 더 알아야 하고 더 겸손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이 편안한 파트너이면서 겸손한 파트너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아세안은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을까.

He is… △1958년 서울 출생 △1980년 외무고시 14회 합격 △198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2002년 1월 북미1과장 △2002년 12월 주미대사관 참사관 △2005년 한미안보협력관 △2006년 장관특별보좌관 △2007년 북핵외교기획단장·북핵담당대사 △2009년 주중대사관 공사 △2011~2013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2013~2015년 주영국 대사 △2015~2018년 외교부 제1차관 △2019년 5월~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이진명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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