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일 태광산업 대표가 티브로드의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 이전 티브로드를 담당하던 이상윤 총괄임원은 태광관광개발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동시에 티브로드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 사업본부 총괄도 겸직한다. 오용일 대표는 그룹의 핵심기업인 태광산업의 대표인 만큼, 향후 그룹이 뉴미디어 사업부문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체 매출액 4800억원 수준
따라서 태광 측에서 이런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용일 대표도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고 변화와 혁신,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그룹의 대응은 지주사 전환과 디지털화로 요약된다.
태광그룹 계열 SO들은 이호진 그룹 회장을 포함해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계열사 지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계열 SO들도 지분을 상호 보유한 곳이 많다(그림 참조). 따라서 시장에선 지분구조 정리와 경영구조 합리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장하성펀드는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에서도 태광 MSO 사업의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종용해 왔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용석 티브로드 전략기획팀 차장은 “장하성펀드의 지적 외에 사내에서도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2009년 상반기까지 케이블방송사업 지주회사 설립을 약속한 만큼 지금이 지주회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태광 측은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단일 권역에서 중복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계열 SO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 바 있다.
태광그룹 MSO들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게 되면 방송업계에선 SBS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업계 전반의 경영구조 합리화와 투명성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창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재 태광그룹의 케이블 산업 구조는 석유화학과 금융 등에서 투자를 하고 영업은 SO에서 하는 이중적 구조로, 투명성은 물론이고 투자 효율성 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면서 “SO들을 묶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투자와 영업이 분리된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미디어 계열사들이 자체 투자와 영업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물론 환경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태광 측도 지분정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디지털 전환 등 당면과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IPTV는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만큼 태생적으로 디지털이다. 하지만 케이블TV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대다수다.
티브로드의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는 3만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티브로드 측은 올해 디지털 가입자를 2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초고속인터넷 80만명(현재 75만명), 인터넷전화 가입자 또한 20만명까지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비용.
먼저 지주사 전환은 지분관계가 복잡한 만큼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MSO들을 총괄하는 티브로드의 지주사 전환이 힘든 것도 같은 맥락.
디지털 전환에도 가입자당 15만원까지 소요된다(HD기준). 디지털 가입자가 늘수록 비용부담도 당장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가 등에선 태광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 SO 중 한두 곳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도 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관계자는 “MSO를 중심으로 뉴미디어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계열 SO들 중 한두 곳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다른 곳과 합병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오히려 중소형 SO들의 인수에 나선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현재는 방송법 시행령에 의해 다른 MSO의 합병은 힘든 상황이다. 동일한 SO 사업자가 전체 사업 구역의 5분의 1, 전체 시장의 33%를 넘지 못한다는 규제 때문이다. IPTV 관련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 방송법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Y애널리스트는 “사업환경 변화로 중소 SO들은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얻기 위해 방송법 개정과 함께 케이블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O들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가입자를 늘리고 자체 제작 비율을 늘리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콘텐츠 확보에도 총력 규모가 커지면 자연히 콘텐츠 확보가 이슈로 떠오른다.
현재 티브로드 계열 케이블TV 채널은 이채널, 폭스, 폭스라이프, FX(폭스 익스트림) 등 4개. 이 채널들의 안정화와 함께 추가적인 채널 확보에 나서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대형 PP(방송채널사업자)로 모습을 갖춰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IPTV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자체 채널을 보유하는 게 핵심.
양용석 차장은 “KT 등 거대 통신 기업이 공세를 강화하면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MPP로의 사업 확대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 밝혔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진창환 연구원은 “방송채널 확보와 자체 콘텐츠 제작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시청률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MSO 입장에선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직접 만드는 콘텐츠 없이는 IPTV 등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티브로드 MPP 관계자는 “CJ, 온미디어 정도와 경쟁하는 규모를 갖추기 위해선 채널이 10개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사내 의견이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콘텐츠 사업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사안”이라 밝혔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57호(08.05.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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