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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한국의 일론 머스크였다"

지면 A35
김화진 교수, 20주기 맞아 `아산 정주영 레거시` 출간

"조선소도 없는데 배 판 정주영
화성 가겠다는 것보다 위대"
아산 정주영 레거시
아산 정주영 레거시
"정주영 회장은 한국의 일론 머스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머스크가 미국의 정주영이다." 최근 경영서 '아산 정주영 레거시'(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를 출간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61)의 말이다. 지난 21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20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저서는 국내 학자가 정 회장의 생애와 업적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사실상 첫 번째 책이다. 지배구조 전문가로서 아산이 일군 사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특히 정 회장을 전기자동차 혁명에 이어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탐사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빗댄 점이 흥미롭다. 혁신과 모험가 정신의 원형으로 우리는 스티브 잡스와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꼽지만 우리 가까이에 더 척박한 환경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풍운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머스크가 화성에 가겠다는 것을 무모하다 하지만 아직 있지도 않은 조선소에서 만들지도 않은 선박을 팔러 다니던 아산에 비하면 약과"라며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차관을 얻기 위해 A&P애플도어 회장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당시 500원권 지폐를 보이면서 우리가 영국보다 300년이나 먼저 철선을 건조했다고 성공적으로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고 강조했다.

1972년 출범한 현대중공업은 10년 만인 1983년 세계 1위가 됐다. 여기에 세계 5위 현대자동차, 세계 3위 반도체 제조회사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같은 기업들을 만들어낸 것은 천하의 머스크와 베이조스라 해도 고개를 숙일 일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머스크는 스탠퍼드와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다녔고 자금이 풍부한 미국 덕을 봤다"며 "반면 정 회장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소학교만 나온 게 전부"라고 비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58세 때 현대중공업을 창업하고 70세 때 기계영농을 도입한 광대한 서산농장을 조성하는 등 '평생 창업'을 일궜다.

나눔 철학 역시 재평가받아야 할 공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977년 아산은 현대건설 지분 절반을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아산재단의 최고 주력 사업은 아산병원이 상징하는 의료사업이다. 아산은 "사람을 괴롭히는 두 가지가 있다. 병과 가난이 그것이다. 병치레를 하다 보면 가난할 수밖에 없고, 가난하기에 온전히 치료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 악순환을 끊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은 일찍부터 "기업은 인간을 위한 인간의 단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의무이자 필수인 시대에 시대를 앞서간 아산의 나눔철학은 현대 후예들이 계승해야 할 가치로 남아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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