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만 멋진 성당이 있는 건 아니다. 거룩한 성소지만, 웬만한 여행지보다 훨씬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한적하면서도 여유로운 여행지에 자리 잡고 있는 예쁜 성당을 찾아가보자. 이미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뭇 사람들에게 깊은 안식과 평화를 선물하고 있는 곳, 진정한 마음 치유의 공간이다.
▶아산 공세리성당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단연 독보적이다. 천주교 박해시절 목숨을 바친 32명의 순교자를 모신 성지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한적한 분위기로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여행지다. ‘공세리’라는 이름은 약간 낯설 수도 있지만 막상 가서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 정겨운 곳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모래시계’,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등의 드라마, 그리고 수많은 광고의 촬영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재로 지정된 성당은 고딕양식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로 그 모양이 매력적이다. 붉은 벽돌과 뾰족한 지붕이 어우러져 중세 유럽의 성당에 온 듯한 느낌이 준다. 특히 성당이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언덕을 올라가며 바라보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만큼 빼어나다. 수백 년된 보호수들과 어우러진 성당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참고로, 이 성당을 만들었던 드비즈 신부는 ‘종기약’으로 유명했던 ‘이명래고약’의 개발자로, 자신을 돕던 복사 이명래에게 이 약의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고 전해진다.
위치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횡성 풍수원성당
횡성에 있는 풍수원성당은 강원도에 세워진 최초의 성당이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 풍수원성당이 있는 원터마을 역시 신유박해 때 경기도 용인의 신자 40명이 피난을 와 터를 잡았던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앙촌이다. 성당이 설립된 시기는 1907년. 서울 약현성당과 완주 되재성당, 서울 명동성당에 이어 한국에 세워진 네 번째 성당이다. 고딕양식으로 아담하게 지어진 현재의 성당은 1896년 2대 주임신부로 부임한 정규하 신부가 신자들과 함께 직접 나무를 패고 벽돌을 구워 만든 건물이다. 풍수원성당은 서울 약현성당을 모델로 바실리카식 본채와 로마네스크식 천장, 고딕식 기둥과 종탑을 채용했는데 이는 이후 지어진 한국 성당의 표준 모델이 됐고, 1900년대 초에 세워진 다수의 성당에서 풍수원성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성당 뒤편에 있는 옛 사제관의 외관도 빼어나다. 1912년에 완성된 이 건물은 사제관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건물이자 원형이 잘 보존된 건물로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63호로 지정됐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익산 나바위 성당
익산은 요즘 핫한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역사 유적이 많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익산에서는 요즘 젊은 여행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인증샷 명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바위성당이다. 그 옛날 선착장이었던 ‘나바위’는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돌아와 가장 처음 밟은 땅이다. 나바위성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김대건 신부는 귀국 후 서울에서 포교 활동을 하다 1년 만에 순교했는데, 그의 유해 가운데 목뼈 한 부분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고 전해진다. 성당 뒤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김대건 신부 기념비가 있다. 1907년 완공된 나바위성당은 서양과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사료적으로 가치가 높아 국가사적 제318호로 지정된 바 있다. 전면은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딕양식인데 반해 건물의 몸체는 기와를 얹은 한옥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형태다. 차갑고 웅장한 고딕양식의 이미지와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한옥의 느낌이 잘 어우러져 있다. 성당 내부는 특히 아름답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천장과 벽돌로 마감한 창틀, 그리고 나무로 만든 바닥까지,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멋을 풍긴다.
위치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