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개편안 보완 요청
신뢰 저하·낙인효과 등 우려
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주요 벤처업계 협단체가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 등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편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하며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벤처기업협회 등 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혁신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열린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에 자본시장 개편 관련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자본시장 개편안에 대한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우려와 보완과제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단체는 “그동안 정책적 관심이 부족했던 코스닥 시장을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의제로 삼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자본시장 개편이 규제와 관리에만 머무를 경우, 혁신기업에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충분한 논의 부재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는 한편, 획일적 기준으로 상장폐지 대상기업을 양산해 일반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코스닥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상장기업의 자본조달기능 약화 등을 지적했다.
협단체는 “코스닥은 단순한 주식거래 시장이 아니라 벤처기업의 자본조달 창구이자 벤처투자의 회수시장, 나아가 대한민국 혁신경제의 성장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협단체는 코스닥 개편은 벤처생태계 전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4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 1603개 사 중 벤처이력기업은 1274개 사(79.5%), 시가총액 비중은 81.1%에 이른다. 최근 4년 간 기술특례상장 기업 127개 사 중 벤처기업이 89.8%(114개 사)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협단체는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유예 및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규제 예외 적용 △상장폐지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 재고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 등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먼저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은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눠 시장 내 서열화를 고착화시키고, 스탠다드 편입 기업을 사실상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중복상장 금지 규제의 경우 규제 기준의 경우, 규제 기준을 중복상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 일반주주 보호장치 확보 여부, 사업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 벤처기업·혁신성장기업에 대한 별도 심사트랙이나 국가전략산업·VC 투자기업 예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장폐지 요건의 경우,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가총액·주가·자본잠식 등 정량지표만으로 혁신기업의 미래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기준에 근접한 기업이 시장에서 ‘상장폐지 우려 기업’으로 인식돼 선제적 매도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지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협단체는 “2027년 1월 1일 예정된 시가총액 300억 원 기준 적용은 유예해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기준재고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단체는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정부부처(중소벤처기업부 등), 벤처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정책협의체를 통해 사전 의견수렴과 업계 영향평가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 제도개편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투자유치, 상장전략, 회수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현행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보완해 평가기관별 기준 편차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업종별 평가 가이드라인과 표준 실사 범위를 마련해 투자자 보호와 혁신기업 자금조달 간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3개 협단체는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을 위한 별도 정책지원사업 신설도 제안했다. 상장 전후 벤처기업을 위해 상장 적합성 진단, 기술특례상장 준비, 상장 이후 스케일업 전략, 자본시장 이슈 대응 역량을 지원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봤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활성화는 지난 20여년간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벤처생태계의 오랜 과제로, 분명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신 현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다만 지난해 제안한 ‘코스닥 3000시대’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근본적 변화가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코스피·코스닥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두가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투자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한 핵심은 자금의 원활한 순환이며, 코스닥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회수 무대”라며 “모험자본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뒤 이를 적기에 회수해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깨지면 생태계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나 중복상장의 일률적 규제는 인위적인 기업 서열화와 자금 절벽을 초래해 모험자본 생태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이번 자본시장 개편안이 혁신기업의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퇴출과 규제에만 무게가 실리면 자금이 절실한 혁신 스타트업까지 위축된다”며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과 스타트업의 자회사 상장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시장을 지키는 둑이지만 너무 높이 쌓으면 물길마저 마른다”며 “부실은 정리하되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는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