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 제기
선진국 국채 수익률 곡선 가팔라질듯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지속성에 의문
[본 기사는 07월 01일(15:05)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미국 중심 투자 환경이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장의 초과 성과를 이끌던 요인이 약화하고 있어 신흥국으로 자본 재배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 전 세계 시장 중간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전 세계 시장을 좌우할 세 가지 핵심 전망으로 △달러 약세 △선진국 국채 수익률 곡선 가팔라짐 △비(非)미국 주식 상대적 강세를 제시했다.
먼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달러 약세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달러 인덱스가 지난해 초 이후 약 12.5% 하락한 상황에서 미국 정책 불확실성, 연준(Fed)의 독립성 우려, 재정적자 확대가 달러를 추가 약화시킬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비중을 즉시 축소하기보다는 달러 환헤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채 시장에서는 선진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재정적자는 향후 10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非)미국 나토(NATO) 회원국 국방·관련 인프라 지출 확대와 일본 소비세 인하 가능성이 각국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을 요구하며 장기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시장 환경에서 미국 예외주의 흐름이 전환되며 비(非)미국 주식시장 성과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는 S&P500이 다른 국가 대표지수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1년 반 동안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비(非)미국 자산 환산 수익률이 상승하게 된다. 선진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서 할인율 상승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미국 주식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AI 투자 열풍은 지속되지만 의문점이 존재한다며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올해 자본지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해 75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는 최대 10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빠른 기술 진부화(Obsolescence) 속도와 AI 장기적 범용화 가능성을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주주가 만족할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 경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AI 투자 열풍 최대 수혜자로는 반도체를 꼽았다.
한국, 대만, 일본, 미국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폭발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며 투자자에도 큰 이익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시장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까지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올해 6월 말 기준 연초 대비 100% 이상 급등하며 최근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를 넘어선 상태다.
보고서는 주요 지역별 경제 전망도 함께 점검했다. 미국은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가속과 AI로 인한 고용 불안, K자형 경제 구조가 성장의 질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속에 수출 의존이 높아지고 있어 내수 강화를 위한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지만, 방산 지출 확대가 산업 생산과 기술 투자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바탕으로 자본수익률이 개선되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져 해외 투자금이 일본으로 환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신흥국과 일본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위험 대비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흥국은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AI를 비롯한 다양한 성장 동력에 투자할 수 있으며,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인수제도 변화, 내수 지원 정책에 힘입어 ROIC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정부부채 비율과 보다 정통적인 통화정책, 통화가치 상승 가능성을 갖춘 신흥국 채권이 선진국 장기 국채 매력이 약화하는 흐름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적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비해 인프라와 같은 실물자산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료 도로와 철도, 유틸리티처럼 계약상 가격 전가력이 높고 기술 노후화 위험이 제한적인 자산을 선별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로널드 템플 라자드 시장 전략 수석은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리란 의미는 아니지만, 미국 시장이 초과 성과를 이끌어 온 동력은 약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에 과도하게 편중된 투자자라면 매력적인 이익 성장과 달러 약세,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수혜가 예상되는 비(非)미국 시장으로 자본을 재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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