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나만의 AI 비서 마이에이전트 마이에이전트

전망 달러 약세 파장 어디까지

미국 달러가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11월 19일 앨런 그린스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현 상태로 유지되기 힘들다”는 발언 이후 달러화는 지속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 때 1달러당 0.9로 교환되던 유로화는 최근 달러 당 1.3유로 수준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주요통화도 10월초에 비해 평균 10% 가까이 환율이 떨어졌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모리스 옵스트펠드 버클리대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달러의 명목환율은 최고 50%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달러는 최고점 대비 명목환율이 15% 이상 떨어진 상태다.

부시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인 미국 재정적자가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OECD는 최근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5.7%에 달하며, 내년에는 6.2%, 2006년에는 6.4%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일각에선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나 85년 플라자합의 때와 같은 '달러 위기'를 점치기도 한다. 실제 러시아, 중국 등 중앙은행이 달러표시 외화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유로지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등 '탈(脫) 달러'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경제■

달러화 약세의 세계 경제 영향은 일단 부정적이다.

당장 달러에 비해 가격이 올라간 국가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달러 약세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미국 경제를 위협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속적인 달러 약세가 미국 국채와 같은 미국 자산에 대한국제 투자자들의 외면을 가져온다. 동시에 미국 내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자본의 미국 이탈과 국내 소비 감소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미국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 전체가 불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 주요 시장을 잃은 나머지 국가들도 성장에 타격을 입는다.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달러 약세가 미국의 경상적자 해소라는 원래 목적보다는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가격하락과 해외자금의 미국 이탈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위험은 상존한다. 2001년 이래 미국에 대한 외국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기간 중 외국에서 미국에 빌려준 돈은 4600억달러가 넘어섰다. 경상적자의 43% 수준이다.

물론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 최악의 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본다. 달러 약세가 예상된 데다, 하락폭 또한 시장 예상을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 다우존스가 최근 환율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조사대상 7명 가운데 6명이 달러 약세가 앞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질 것이며 미국 자산에 대한 투매현상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관건은 달러가치의 조정 폭이 얼마나,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이미 유로화는 초강세다. 국제자금이 독일 등 유럽채권 쪽으로 몰려들면서 시장교란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현재 세계의 이목은 아시아권 국가들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유로권에선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하락을 더 허용해야 한다는 볼멘목소리가 나온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로권이 먼저 두드려 맞았다는 표현이 맞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환율하락을 늦춰왔는데,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상황에 왔다”고 말했다.

환율하락폭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 중국이 위안화를 얼마나 평가절상 하느냐에 따라 한국과 일본도 개입 정도를 저울질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위안화 존'이 형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에서 조만간 5% 수준의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역외 선물환 시장에선 중국 위안화가 5~6%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환보유고 조정도 이슈다. 현재 미국채의 40%를 일본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도 대부분 중국과 한국, 대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한꺼번에 달러화 자산을 매각할 경우, 환차손에 더해 시장가격폭락까지 가능하다.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동아시아 국가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달러약세에 대한 공동대응'에 합의한점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달러 약세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 점은 분명하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경제는 달러 약세에 성장 둔화를 우려한다. 유로화 또한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모리스 옵스트펠드 교수는 “미국이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저축율을 끌어올려야 하며 평가절하만으로 경상적자를 줄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전쟁비용과 감세정책으로 적자를 지속할경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내경제■

달러약세는 국내 경제에도 악재다.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달러화 약세 때)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성장주도 부문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꿔야 하는데, 현재 내수 위축이 심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추진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연구소들에 따르면 다른 경기변수가 불변인 것을 가정하면 연간기준 원화가 1% 절상되면 국내총생산(GDP)은 0.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는 4억달러 감소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실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도 수출기업의 채산성 경기실사지수(BSI)는 11월 69로 전달에 비해 7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1999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기업의 채산성 BSI가 이처럼 나빠진 이유는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에 수출과 내수가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출과 내수를 오가며 경기를 부양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환율하락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환시장 개입에 대한 요구도 증대되고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환율도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게 기본이다. 환율하락이 수출기업에게는 악재지만 수입이 많은 쪽에서는 호재다”면서 “정부개입으로 환율 방어에 성공한 사례가 드문 만큼 환율 방어보다는 국내 기업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러화 표시자산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 사장은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달러표시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내다 팔기보다는 각종 통상현안이나 환율에 관해미국과 협상할 때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달러화 자산을 대신할 뚜렷한 대안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면서 “보유 자산의 다변화가 현재로선 유일한 방안이다”고 밝혔다.



■자산운용■

달러화 약세의 국내 자산 시장 영향은 다양하다. 일단 수출중심기업과 경제 성장률 측면에선 악재다. 하지만 수급 측면은 반대 양상이다.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우선 내수우량주나 원자재 수요가 많은 기업들은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기금 주식투자와 재정지출확대 등 시장유동성 증가 요인이 많아 주식 시장은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김석중 부사장은 “현재국내에 들어와 있는 투자자들은 환율강세만으로 10% 이상 수익을 냈다”면서 “여기에 배당수익률까지 더하면 14~18%까지 플러스를 낸 만큼 현 투자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수익률이 좋은 만큼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또한 달러 약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국인들이 추가로 한국 증시에 진입할 가능성이높다.

채권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화절상으로 물가상승 부담이 줄어든 만큼,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에 용이하다.한국은행이 통화안정채권발행을 늘리면 시장 공급량이 증가, 채권수익률이 올라가는 점도 호재다. 곽태선 사장은 “달러당 1000원대가 급작스레 무너지는 경우만 없으면 환율하락이 (자산시장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해외투자펀드나 금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통상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 금값은 달러값 하락의 반작용으로 온스당 455~460달러의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김석중 부사장은 “이미 미국을 떠난 국제자금들이 일본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쪽으로 모이고 있다”면서 “위안화 평가절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부정적이다. 박병호 리츠에셋 대표감정평가사는 “달러화 강세로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외국 부동산에 투자할 기미가 보인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시장변수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본격화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시점에서 달러 약세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수 기자>
복잡한 뉴스, AI로 쉽게 풀어보기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AI 해설 기사
AI 해설은 뉴스의 풍부한 이해를 위한 콘텐츠로, 기사 본문과 표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일경제 회원전용
서비스 입니다.
기존 회원은 로그인 해주시고,
아직 가입을 안 하셨다면,
무료 회원가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주세요
무료 회원 가입
로그인

Shorts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