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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짜리 2억으로 부풀려 1522억 대출

지면 A14
`모뉴엘식 수출사기` 또 터졌다
시중은행 손실은 貿保 보증
사진설명
수출가격을 1만배로 부풀려 1500억원대 자금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50대 중소기업인이 당국에 적발됐다. 수출대금을 부풀려 무려 3조원이 넘는 돈을 불법 대출받았던 모뉴엘 사건과 수법이 똑같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기업은 불법 대출금 중 갚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347억원을 미상환하고 있어 대출해 준 IBK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도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1일 수출품 가격 조작과 위장 수출 방식으로 1522억원대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로 H사 대표 조 모씨(56)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 범죄를 도운 H사 자금담당과장 유 모씨(34)는 불구속 입건됐다.

조씨는 홈시어터 컴퓨터(HTPC) 수출 가격을 허위로 부풀리고 이 수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는 등 모뉴엘 사건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금융권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조씨는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291차례에 걸쳐 개당 원가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 캐비닛 가격을 2억원으로 무려 1만배나 부풀려 총 1563억원으로 수출신고를 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1522억원 수출채권을 시중은행에 매각했다. 조씨는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 방식으로 확보한 수출채권을 되팔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범행에 사용한 TV 캐비닛은 TV케이스를 생산하는 금형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TV 케이스다. 조씨는 H사와 지분 관계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일본에 세워 이 회사에 TV 케이스를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실제로는 부인 명의로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제품을 보냈다가 폐기 처분했다. 지금까지 조씨가 상환하지 않은 수출 관련 대출금은 286억원이다. 여기에 회사 운영자금으로 신용대출받은 61억원도 갚지 않는 등 미상환 금액은 총 34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H사에 무역금융 대출 등을 해준 기업은행과 SC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무역보험공사 보증으로 손실은 최소화할 전망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조씨는 대출받은 무역금융 가운데 28억원을 일본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수입대금 명목으로 송금해 미국에서 주택 구입 등에 사용했다. 또한 법인카드로 명품과 금괴 등을 사들이고 월세 1800만원짜리 고급 빌라에 거주하면서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고급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몰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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