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77]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바른 명칭은 '방상외피(防霜外皮)'다. '야상'은 '야전상의'의 준말인데 이는 전투복 상의와 방상외피 등 군인이 입는 윗도리의 총칭이다. 방상외피의 유래는 미국 육군이 제2차 세계대전기에 개발한 M계열 전투복장이다. 방상외피의 아버지 격인 M1941부터 차례로 알아보자.
1. M1941부터 M1943까지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미군 장병은 통일된 군복인 'M1941 야전 재킷(Field Jacket)'을 입었다. 이는 19세기 미군의 제복이었던 색 코트(Sack Coat)의 디자인에 카키색을 더한 형태였다. 기본 소재는 면이었고, 울로 두껍게 짠 동계용 군복이 따로 나왔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교전이 격화되자 장병은 환경과 임무에 맞는 기능성 군복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수부대원들이었다. 공수부대원은 공중, 지상, 수중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장기간 악천후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임무 특성상 수납, 부착할 장구류도 많았다. 이런 조건에 맞춰 개발된 것이 'M1942 공수부대 코트(Parachute Jumper Coat 혹은 Paratrooper Coat)'다. 이때 'jumper'의 뜻은 '공수부대(원)'이다. '뛰어내리다'의 'jump'에서 왔다.
'jumper'가 '외투' 혹은 '운동할 때 입는 스웨터'를 뜻할 때도 있다. 이때의 'jumper'는 프랑스어 'juppe'에서 온 것이며 뜻은 '헐렁한 겉옷'이다. 우리가 '잠바(점퍼)'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가. M1941 야전 재킷
하계, 동계 M1941 야전 자켓의 재현품 /출처= ⓒwww.atthefrontshop.com/
M1941 야전 재킷은 개발 및 실험 적용 책임을 맡았던 당시 미 제3군단장 제임스 파슨스(James K. Parsons) 소장의 이름을 따서 '파슨스 재킷'이라 부르기도 한다.
파슨스 소장은 민간에서 입는 바람막이(windbreaker) 재킷처럼 가볍고 실용적인 외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 본사(뉴욕)에 샘플을 보내 감수까지 받았다.
야전 자켓 시제품들. 좌측은 1940년형, 우측은 1941년형 /출처= ⓒ미육군군사연구소
M1941을 입고 사진을 촬영한 병사의 모습 /출처= ⓒolive-drab.co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M1941을 입은 미군의 모습 /출처= ⓒolive-drab.com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서 M1941을 입고 촬영 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처= ⓒIMDb
이렇게 해서 나온 M1941 야전 재킷은 사진에서처럼 허리에서 짧게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처리한 것이 특징이며 바깥쪽에는 세로로 슬릿 포켓(slit pocket)이 두 개 있다. 하계에는 면, 동계에는 울 소재를 썼다.
나. M1941과 '깔깔이'
동계에는 안쪽에 안감을 넣어 보온을 강화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깔깔이'라고 부르는 '방상내피(防霜內皮)'의 시조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왜 이것을 '깔깔이'라고 불렀을까. 오늘날의 방상내피는 아래 사진과 같이 '부드럽고 만질만질'한데 말이다.
한국 육군의 구형 깔깔이(좌)와 신형 깔깔이(우) /출처 =ⓒG마켓
그 원인은 바로 M1941 방상내피의 소재인 울 원단에 있었다. 광복 후 창군 과정에서 한국군은 제2차 세계대전기 미군 군복을 지원받아 입었다. 지원물자 목록에는 M1941 야전 재킷과 방상내피도 있었다. 울 원단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까칠까칠'했기 때문에 '깔깔이'라고 부른 것이다(참고로 위 사진과 같은 나일론 소재 깔깔이는 M1965부터 적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기 참전자가 입었던 M1941 안감(좌)과 그 재현품을 M1941 안쪽에 부착한 모습 /출처= ⓒ이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