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고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PP 창업자 마틴 소럴 회장이 지난주 말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계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1985년 불혹의 나이에 광고회사 최고재무책임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거의 맨손으로 광고제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이월터톰프슨(JWT)과 오길비, 영앤드루비컴, 그레이, TNS 등 내로라하는 광고 기업들을 잇달아 품으며 주목받았다. 인수한 회사들을 하나의 지붕 아래 두고 이들을 통해 광고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100개 넘는 지사와 20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WPP의 촘촘한 그물망을 대형 광고주는 피할 수 없었다.
광고 시장을 먹어치우는 소럴 회장을 두고 또 다른 광고계 전설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끔찍한 똥덩어리(odious little shit)'라고 욕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한 그의 복합기업(conglomerate) 전략은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에 이익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온라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럴 회장의 사업 방식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대형 광고주들이 TV 등 기존 매체 광고를 줄이는 대신 모바일과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WPP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지만 오래전부터 징후가 나타났다. 지난해 주가 하락률은 30%에 달했다.
소럴 회장은 이렇게 된 원인이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올해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과거 미국 석유 기업 스탠더드오일이 시장을 독점하다가 해체된 역사가 있다.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들이 기술 기업인지, 편집 기업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이런 속내도 털어놓았다. "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대답하겠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가 아니다. 아마존이다." 1년 전 미국 광고전문지 애드에이지와 인터뷰하면서는 이런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우리는 모바일 혁명에 적응하지 못했다. 광고는 창조성이 중요한데 아직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다." 어디 광고 업계뿐이겠는가. 모바일 시대를 사는 모든 기업이 새겨들어야 할 경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