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산업재해사망
조직·인력 증원으론 해결못해
핵심은 집행 조직의 일원화
계도와 조언 중심으로 관리를
조직·인력 증원으론 해결못해
핵심은 집행 조직의 일원화
계도와 조언 중심으로 관리를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산재 사망자는 457명이다. 매월 51명에 육박한다. 그렇다. 후진적인 산재 사망은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산재 근절에 나선 일은 적절하고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방향을 올바로 잡고 있는가? 조직을 늘리고 인력을 증원하면 산재 사망이 줄어들까? 노동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실장급 조직에서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하고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2026년에 1153명 늘리고(2배 증가), 2028년까지 3000명 수준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현원 대비 3배까지 인력을 늘린다.
산업안전 모범국가인 영국과 비교해 보자. 영국의 산업안전감독관은 전문검사관 335명을 비롯해 총 1000명 정도다. 현재 한국 수준인 10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물론 영국은 소규모, 저위험 사업장 관리를 지방에 위임하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의 권한 이양을 말하면서 감독관을 1만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보도가 있다.
과연 이 전략은 성공할까? 현재 산업안전감독관 중 10년 이상 경력자는 8.8%에 불과하다. 91.2%의 전문성이 물음표다. 전문성이 부족한 현재 인력에 당장 내년에 숫자를 두 배로 늘린다? 과연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예상되는 결과는 법령위반 딱지와 벌칙금만 급증하리라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
우리 모두 잘 안다. 전문가는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을. 차라리 한시적으로 민간기업에서 은퇴하는 안전전문가를 대거 채용해서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한국이 정말 진지하게 산업재해 사망률을 영국 수준으로 끌어내리고자 한다면 규제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영국의 산업안전시스템은 자율을 원칙으로 하되, 실패할 경우에만 국가가 강력히 개입한다. 따라서 영국 산업안전감독관의 임무는 예방과 실패 교정이다. 기업 스스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감독관 대부분이 안전·공학·위험분석 전문가인 이유다.
한국은 여전히 사후적 사법적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안전감독관의 주업무는 위반 및 사고 적발이다.
정부 내 산업안전 거버넌스도 바꿔야 한다. 영국의 HSE(Health and Safety Executive)는 독립된 전문규제기관이나, 한국은 고용노동부 산하 조직이다. 영국도 개별 부처가 소관 분야의 산업안전 법률 제정권을 갖고 있지만 규제의 집행은 모두 HSE에 위임한다(원자력 등 일부 제외). 한마디로 범정부 안전규제 집행기관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복합적이다. 어느 한 부처 소관으로 맡길 일이 아니다. 위험기반 종합적 관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동부 내 조직이 아니라, 별도의 범부처 집행기관으로 규제집행을 일원화해야 한다.
처벌이 아닌 계도·조언 중심 현장관리와 안전 관련 집행조직의 단일화. 아마도 산업안전 분야의 혁명적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혁명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한시가 급한데 언제 시스템 바꾸고 조직 개편할 시간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둘러 가는 길이 옳은 길일 때는 둘러 갈 줄도 알아야 한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