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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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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왕자호동' 리허설 도중에 갑자기 연출자 국수호 선생님께서 "지영아 너 빨리 시집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니 다른 곳도 아니고 국립발레단 역사상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공연을 하는 순간 듣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얘기 같았지만 그만큼 선생님께서는 심각하셨나보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물론 결혼 얘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이 나이 정도 되는 여자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지 않았을까. 나도 충분히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당시 들었을 때는 꽤나 당황했었다. 내가 싫어서 안 가는 것도 아닌데….

요즘 들어 사랑에 관한 발레 작품을 꽤 한다. 물론 발레 작품 주제는 대부분이 사랑이야기이긴 하다. 요즘 한창 연습 중인 '로미오와 줄리엣', 또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왕자호동' 모두 다 사랑이 그 중심에 있다. 사랑 때문에 국가, 부모를 배신하고 결국에 죽음까지 이르는 정말 격정적인 사랑이야기들이다.

작품의 연기자로서 작품을 연기할 때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 인물에 동화되려 하지만 잠시 그 역할에서 나와 현실 세계에서 바라봤을 때 내가 진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죽음에 이르게까지 미쳐버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결혼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고 웨딩드레스도 내 맘대로 디자인을 해 보기도 했다. 심지어 26세 이전에는 당연히 시집을 가야 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나에겐 말도 안 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시집을 못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당시는 결혼에 대해 그저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듯싶다. 남들이 하니까 당연히 나도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결혼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이고, 쉬운 일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내 주위에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다들 결혼을 늦게 하라 하고 결혼하지 못한 친구들은 다들 결혼하고 싶어한다. 심지어 사람들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결혼을 안 하면 혼자 후회하지만, 하게 되면 같이 후회할 수 있는 동지가 생기니 조금은 덜 억울할 듯싶다.

어쩌면 우리가 세기의 커플이라고 부른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결혼해서 살았으면 언젠가 그 커플도 이혼의 문제를 마주했을지 그 누가 알겠나.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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