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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빈 스타인버그, 음향기술 발전해도 사람 귀만 못해

브로드웨이 음향디자이너 네빈 스타인버그
사진설명
음향디자이너는 뮤지컬이나 콘서트에 필요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배우와 관객이 듣게 되는 서로 다른 소리를 섬세하게 조정해주는 역할도 한다. 작업 공간은 공연장 객석 뒤편에 자리 잡은 작은 유리방인 음향실. 공연이 시작되면 스피커, 마이크 조절 장치와 앰프(확성기), 콘솔(믹싱기) 위로 음향디자이너의 손끝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춤을 춘다. 브로드웨이에서 30여 편의 뮤지컬과 연극에 섬세한 소리의 옷을 입혀온 음향디자이너 네빈 스타인버그(44).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청으로 방한해 일주일 동안 한국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는 그를 만났다.

"음향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소리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좋은 귀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소통 능력이죠."

그는 '인 더 하이츠' '헤어' '스팸어랏' '애비뉴 큐' 등의 작품으로 2008년 이후 매년 토니상을 받은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카네기홀, 링컨센터 등 세계적인 명성의 콘서트홀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 샌프란시스코심포니 등 세계 정상 악단 공연에서도 손발을 맞추고 있다.

그는 "음향 디자인은 아직까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영역' "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구(tool)'는 좋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소리의 뉘앙스를 잡아내는 건 사람의 귀만이 할 수 있죠. 디지털음악이 쉽고 직접적이긴 하지만 꼭 좋은 소리는 아닌 것처럼 복잡하지만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작업을 하면 청음력을 길러주고 소리에도 민감해질 수 있죠."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음향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연극 동아리 활동이었다. 고교 시절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던 그는 대학 연극에 출연하면서 연기엔 소질이 없지만 소리를 다루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졸업 직전부터 아메리칸레퍼토리시어터에서 음향기술자로 일했고 뮤지컬 '비밀의 화원' 등에서 음향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클래식 음악회에선 음향 기술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는 "성악가와 협연을 하거나 실내악단이 연주를 할 때는 섬세한 소리의 증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든 작품 중엔 '헤어' '인 더 하이츠'를 음향 디자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야외 공연으로 시작된 '헤어'는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정식으로 올랐다. '인 더 하이츠'는 힙합, 랩, 라틴음악 등이 뒤섞여 하나의 정돈된 스토리로 음악을 엮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웠다고 했다.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에 문학을 배운 건 큰 도움이 된다"며 "게다가 문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고 결국 더 좋은 예술가를 만든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코 무대에서 주역이 될 순 없는 자리다. 그럼에도 그는 "빛나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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