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성장잠재력과 글로벌 헤게모니 가능성을 낮게 보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을 뼈아프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무역제재를 했지만 중국이 '우회 수출'로 빠져나가는 것을 파악하면서 체계적인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보호무역주의는 오바마 정책의 연장선이다.
중국 견제 4대 요소는 WTO 체제 무시, 글로벌 무역제재, 반중국 연대, 환율 개입 방지 패키지이고, 이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통상질서 구도를 의미한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신통상냉전시대'가 되고 있다. 중국만 견제해서는 안 되고, 중국산이 흘러다니는 길목을 모두 차단해야 하며, 환율 평가절하로 미국의 무역제재를 극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해 온 다자협의이다. 그러나 환율은 국제무역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나 통상교섭본부와 긴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항이다. 1998년 통상교섭본부가 만들어질 때부터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거시경제와 통상 현안을 조율해왔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 환율 조항 추가를 미국이 제안했지만 반대했다고 한다. 미국의 신통상냉전시대 추진 전략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논의하지 않았단 말인가.
통상냉전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미국의 전략을 파악하지 않고 협상에 임한 우리나라 통상당국의 근시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통상전략을 수립해봤자 소용없다.
축구 뛴 사람에게 야구를 언급하지 않을 것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다음 축구 경기에 적용될 '게임 룰'을 미국 입장대로 바꾸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환율은 국제적 상대가격이고, 가격 변수는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경제위기를 겪었고, 대외경제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환율 변동성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가 없다.
환율 개입을 막지 않으면 중국 견제 조치는 허사이고 무역수지적자 개선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어떤 형태든 환율 개입 협정을 맺어야 하는 것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입장이다. 한미 FTA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원더풀 국가와 원더풀 거래'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미국에 주고 왔다고 했다. 정치적 레토릭을 감안하더라도, 간극이 너무 커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환율 관련 사항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기재부의 설명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환율 협의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하는 통상교섭본부의 인식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산업부 장관은 환율 협상가가 산업부에 없다는 말로 이번 환율 논란과 선을 긋고 있다. 무역에 있어 환율이 관세보다 중요할 수 있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3%인데, 원화의 환율 연간 변동성은 10%를 넘기도 한다. 만약 환율 개입 방지가 국제적으로 적용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미 통상협상에서 미국의 접근은 체계적인 데 비해 우리 정부의 당국자들은 칸막이 각개전투를 한 것으로 보인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고가 되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미국과의 환율 협의는 기재부가 주관하더라도 산업부·통상교섭본부와 협의해야 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도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통상 쓰나미가 마무리되면 통상정책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