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우리 정부의 업적 중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입니다. 대통령은 최적임자를 임명하여 그를 믿고 계속 유임시키고, 청장은 장관 승진 소망이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지만 장관이 7명이나 바뀌는 가운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마침내 대업을 완수한 것입니다. 김 청장은 일반 행정은 차장에게 맡기고 본인은 농업정책 주요 이슈에 관하여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아랫사람을 불러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거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업무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실무책임자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뜻밖에 영감을 얻거나 자극을 받아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그분 업무의 상당 부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농업전문가로 평생을 봉직하며 김 청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그 직책에 적합한 최고의 인재를 임명하여 끝까지 믿고 맡긴 대통령의 영도력과 이에 부응하여 최선을 다해 성과를 이루어 국리민복에 기여한 한 공직자의 감동 스토리입니다.
물론 장기 재직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직책의 성격에 따라 그 필요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기 계획에 따른 안정적 관리와 성과 도출이 필요한 자리는 그 필요성이 더욱 클 것입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때로는 사기업과 경쟁하며 이윤 추구도 하지만 아울러 공공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여야 하고 또 세계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연임이 어렵고 심지어 불합리한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되었습니다. 연임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를 전문성이나 한국은행의 중립성 등을 고려하여 연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정치권과의 연고를 떠나 가장 전문성 있는 적재적소의 인사가 장기 비전과 책임감을 갖고 장기 재직하며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때 나라는 발전하고 국민통합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인사를 하는 데는 예산도 시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애국심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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