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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2020학년도 대입 정시 확대

지면 A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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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0학년도 정시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9~30일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와 수능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요구한 이후다. 이례적으로 교육부가 직접 각 대학에 입학전형과 관련한 요구를 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종이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고 희화화될 만큼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 대안으로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정시는 단순히 점수로 줄 세우기식 시험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찬성 /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
'학부모전형' 되어버린 학종…정시확대해 공정성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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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출신 대학·학과에 따라 임금이나 사회적 지위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경쟁을 한다. 이 경쟁에 현 교육제도의 핵심이 숨어 있다. 수시는 우스갯소리로 '학부모전형'이라 한다. 부모가 학생부 하나하나 손을 쓰면 훨씬 더 준비를 잘할 수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보조 역할이 클수록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부모가 수행을 대신해 주고 독서를 대신하고 컨설팅업체에서 자기소개서를 대신 만들어 주는 학생부를 대학이 평가한다. 학종은 학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학종이 금수저전형, 불공정전형이라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수능(정시)은 '수험생전형'이다. 학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시험장에 들어가 수학 문제를 풀어줄 수 없다. 컨설팅업체가 학생을 대신해서 시험을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수능만 보던 시절에는 '금수저전형'이라는 말이 없었다. 수능은 부모의 돈·배경 등에 상관없이 오로지 학생의 노력과 실력으로 평가받고, 객관적 점수로 변별하므로 불공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지금은 학종의 좋은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부모(또는 교사)의 영향력으로 대학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경험하면서 수능의 역할과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 입시제도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수능인데 비율이 너무 낮다. 그래서 정시를 확대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학부모 단체를 이끌면서 학부모들을 만나 소통을 하는데, 학년마다 정시 확대의 간절함이 달랐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시·학종을 잘 준비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열심히 학종을 준비하지만 고2·3으로 올라갈수록 고1 때에 이미 갈 대학이 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상위 10%를 위해 90% 학생이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정시 확대를 절감하게 된다. 고2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면 거의 80% 학생들이 수능의 필요성을 깨닫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부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이었다. 누구든 도전할 기회가 있고, 노력하고 실력을 기르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였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했고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것이다. 정시 확대는 대입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회의 원천 차단으로 학생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희망을 잃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입시제도로 10대의 호연지기를 꺾지 말아야 한다. 입시는 공정해야 한다.

반대 / 이종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연구소장
수능성적에 우연적 요소 많아…점수만능주의로의 퇴행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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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정시 확대가 좋은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시 확대는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워 변별하는 현행 수능시험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점수가 아닌 정성적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 그중에서도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뻔한 이야기지만, 정시 확대 요구의 핵심은 수능 비중을 늘리고 학종 비중을 줄이자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주장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는 무모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분들은 우리 교육이 빠져 있는 점수만능주의의 함정에 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 숫자에 불과한 점수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마음을 졸이고 심지어 극한적인 선택을 해왔던가! 교사들조차 아이들을 전인격적인 존재로 대하기보다 점수로 판단하는 습성이 굳어져 있는 상황이다.

시험 점수의 맹점에 대하여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그것이 학생의 능력이나 실력을 예언하는 정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우연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시험의 타당도가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변별력을 이유로 각종 함정을 만들어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할 경우 그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삼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지만,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급히 버려야 할 관행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학종의 등장과 그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을 결정하는 수능보다는 학창 시절에 누적된 실적과 생각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학종이 미래 사회에 훨씬 적합한 방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학종의 무리한 확대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금수저 전형 논란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다고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일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금 노심초사할 문제는 정시-수시 비율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방안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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