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은 현재 2010~2012년 소비자물가지수를 3±1%로 안정시킨다는 목표 아래 통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때 목표 적용 기간(3년)을 없애는 방안과 물가지표를 근원물가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해가 바뀌면 이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년 전 신축적인 통화 운용을 위해 물가안정목표제를 많이 손질했다. 2007~2009년 물가목표(3±0.5%)에 비해 0.5%포인트씩 더 큰 폭으로 물가 변동을 용인할 수 있도록 하고 평가 방식도 3년 평균 물가상승률로 목표 달성 여부를 따지던 방식에서 매년 물가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바꿨다. 한은은 이미 성과 지표로서 '3년 평균' 물가상승률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만약 한은이 새로운 중기 물가목표를 제시하면서 적용 기간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물가지표를 소비자물가를 밑도는 근원물가로 바꾼다면 고공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인데 근원물가는 조금 올랐다는 숫자를 발표하면 실업률 통계처럼 엉터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물가로 온 국민이 신음하는 터에 적용 기간도 빼버리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하지 않은 것처럼 바꾸려 한다면 국민의 한은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것이다.
올해 한은의 물가 관리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개월 내리 물가목표 중심치(3%)를 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가 되돌리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를 외부 충격 탓으로만 돌리거나 경기 침체의 불안 때문에 당분간 인플레이션 기조를 참고 견뎌야 한다고 하면 물가 불안심리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한은이 물가목표제를 손질하는 것보다 물가를 꼭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보다 분명하게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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