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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실명제 보완 옳지만 실효성 더 높여야

지면 A27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완의 개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금융실명제가 21년 만에 상당 부분 보완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 골자는 차명 계좌 소유권이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하고, 재산 은닉이나 자금 세탁과 같은 불법을 저지를 목적으로 차명 계좌를 개설하면 실소유자, 명의자, 금융회사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명 재산은 실소유자가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입증 책임을 실소유자에게 부여했다. 다만 범죄 목적이 아닌 동창회 통장, 종친회 통장 등 소위 선의(善意)의 차명 계좌는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실명제법은 1982년 장영자ㆍ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회를 통과했지만 전두환 정부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하다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도입됐다. 허명(虛名) 또는 가명(假名) 거래에 대해서는 금지 대상으로 규정해 당시에는 혁명적인 조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융자산 명의자와 실권리자가 다른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허용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쌍방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차명 거래는 금융 범죄, 탈세 등 부정부패 온상이 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12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주식 불공정 거래 중 61%, 저축은행 불법 대출 중 87%(3조7000억원)가 차명 계좌를 활용한 것이었으니 제도에 큰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자금 사건에서도 차명 계좌가 도마에 올랐다. 회사 자금을 빼돌려 관리하는 비자금 차명 계좌는 CJ 수사에서 600여 개, 태광그룹 수사에서 7000여 개나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도 차명 거래를 통해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행위가 드러나도 차명 거래에 협조한 은행 직원들에 대해서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행 시스템은 사실상 검은 거래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 금융실명제 개정안 통과로 차명 거래를 통한 불법 자금 이동이 원천 봉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첨단 금융거래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지하경제 양성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새 법안 시행 경과를 봐가며 또 다른 허점이 발견되면 즉각 보완해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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