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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취재]"하루벌어 하루사는데"

새벽 인력시장 매서운 찬바람만…
일주일째 일자리 못구해 겨울 어찌 보내나 한숨
"일주일에 겨우 하루 일자리를 구하는 지경입니다. 세살 밖에 안된 딸과 겨울을 날 생각을 하면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

8일 새벽 수도권 지역 대표적인 인력시장인 성남시 수정구 복정역 부근에서 만난 최우현 씨(가명·32)의 절망 섞인 울분이다.

이날 새벽 5시, 지하철 8호선 복정역에서 성남시 방향으로 100여m 지난 곳에는 이미 30여명의 사람들이 나와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그러다가 승합차 한 대가 길가로 다가오자 일순간 대열이 무너 졌다. 20여 명이 달려들었지만 달랑 아주머니 1명만 태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최씨는 1주일째 '공'쳤다. 지난 주에 받은 10만원으로 한가족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당장 끼니 걱정을 할 정도의 상황에 내몰린 것은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장식이 일찍 등장한 새천년 연말, 인력 시장엔 겨울 새벽바람보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부터 구직자들은 늘기 시작하는 데 구인자는 턱없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무료급식소에 나와 있던 성남시청 박병무 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찾아와 아침을 먹는다"며 "최근 그 수가 20~30명 가량 늘어 하루 평균 180명 가량이 무료급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곳 인력시장으로 '출근'한지 10년 됐다는 이경자 씨(가명·56)는 "이곳에 나오는 사람은 웬만큼 얼굴을 다 아는데 최근 새 얼굴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새로 나온 사람들이 사정이 더 절박한지 우리를 밀치고 승합차에 오르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나 잡일을 해 하루 3만원 정도 받는데 오늘 일자리를 못잡으면 5일을 공치는 셈" 이라며 겨울을 지낼 방값 걱정을 했다.

지난해 건설회사 간부를 하다. 직장을 잃은 박강수 씨(가명·53)는 "올해 수능을 본 아들이 대학을 가야 하는데 가장인 내가 직장을 잃어 온 집안 분위기가 먹구룸"이라고 말하고 "최근에는 하루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 청소나 농사일 등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일을 하는 강대남 씨(가명·45)는 "배운 게 없어 몸으로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 같은 사람과 달리 1년 전부터는 대기업에서 실직당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며 "일자리는 적고 사람은 많아지고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 섞인 말을 뱉었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들 약 값을 벌기 위해 나온 오임순 씨 (50)는 "아들이 아픈데 어떻게 집에서 그냥 놀 수 있겠느냐"며 "일자리를 구하든 못구하든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5시 이전에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새벽 6시 30분이 지나자 사람을 구하러 오는 차는 더 뜸해졌다. 예순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는 2시간이 넘도록 승합차를 쫓아 다녔지만 차를 타지 못 했다.

서울엔 이런 인력시장이 10여 군데 형성돼 있다.

그런데 구청이나 동사무소,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이들 인력시장에 관심을 두는 곳은 없었다.

사람을 찾는 승합차가 뜸해진 이날 7시 30분께 고급 승용차가 인력시장 옆 외국인학교로 줄지어 들어가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기동취재팀

사회1부

윤경호기자(팀장)

허진석 백철 홍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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