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물가·금융안정 도움
개방성·투명성 높여 국가신인도 제고도
달러 대체비용 부담…美예속 배제못해
개방성·투명성 높여 국가신인도 제고도
달러 대체비용 부담…美예속 배제못해
1. 달러라이제이션이란
만약 지난 97-98년 외환위기 시 미국 달러화가 우리나라 통화였다면 어떠 했을까. 그래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까. 당시 원화는 달러당 800원대에서 2000원 가까이 폭락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우리가 달러화를 통화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달러라이제이션이란 특정 국가가 외환위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삼고 있는 나라는 파나마, 동티모르, 에콰도르, 마셜군도와 미국령인 괌, 사모아, 푸에르토리코 등이다.
2. 달러라이제이션의 혜택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은 인플레이션이나 이자율이 높다. 이런 문제들은 대개 국내 통화로 인해 발생한다. 이들 국가의 미숙한 금융정책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채택한 나라는 미국 달러 공동통용권의 일부가 된다. 파나마가 좋은 예다.
만약 파나마 지역의 상품 값이 미국에 비해 비싸다면 미국에서 물건을 사서 파나마에 팔면 그만큼 차액을 벌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송비 등을 제외한 파나마와 미국의 물가는 비슷하게 된다. 같은 원리에 의해 양국간 이자율도 같아진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또 해당 정부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지지할 통화가 없어 환율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훨씬 줄어든다.
한편 달러라이제이션은 중앙은행을 쓸모없게 한다. 발행할 화폐가 없을 뿐더러 화폐정책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3. 달러라이제이션의 비용
달러라이제이션 채택에 있어 드는 가장 큰 비용은 유통되는 국내통화를 달러화(지폐와 동전 모두 포함)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비용이 국내총생산 (GDP)의 4~5%에 달한다.
둘째는 상품가격과 컴퓨터 프로그램, 현금출납기 등을 국내통화 단위에서 달러 단위로 바꾸는 전환비용이다. 이 비용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르헨티나는 달러라이제이션을 실시하기에 아주 적합한 국가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이미 미 달러화와 1대1로 교환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방지의 최후 보루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비용 중 하나로 말해진다. 예를 들어 은행이 파산위기에 몰릴 때 중앙은행의 자금 지원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중앙은행을 가진 나라보다 없는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덜 발생하고 국민이 치르는 비용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4. 평가와 전망
많은 경제학적 연구는 달러라이제이션의 혜택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가 미 달러화를 국내통화로 사용하면 연 2%의 실질경제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위에서 보았듯이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한 개발도상국가의 금융 및 경제 실적이 여타 개발도상국에 비해 우수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가는 이의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 국가정체성 문제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면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거나 주체성을 상실할 것이란 염려가 큰 탓이다.
엘살바도르는 이의 좋은 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95년 달러라이제이션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가정체성을 해친다는 반대에 부딪혀 며칠 만에 이를 취소하고 말았다.
그러나 달러라이제이션이 고인플레이션이나 고질적 외환위기를 겪는 국가들에게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돼 앞으로 이들 국가에 끝없는 유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