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에 대한 완전감자가 결정된 18일 한 은행 직원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 겨울은 은행원들에게는 그 어느 해 겨울보다 춥다.
요즘 은행원들은 합병이니 지주회사 편입이니 해서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예고되고 있어 일손도 제대로 잡지 못할 형편이다. 곧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앞날이 어떻 게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은행을 살리자는 애사심으로 한푼 두푼 모아둔 돈을 털어서 샀던 은행 주식도 이번 완전감자로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이 됐다.
그러나 감원걱정이나 허공으로 날아간 돈보다 은행원들을 더 서늘하게 만드는 것은 '부실은행'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이다. 부실은행을 만들어서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어디가서 넋두리도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제대로 한 번 은행을 살려보겠다는 자신감도 이미 무너졌다. 국외적으로도 이번 완전감자로 은행 신인도가 땅에 떨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살 수 있다고 믿고 외국까지 나가 돈을 빌렸는데 이제 국제적 사기꾼으로 오해받게 될 지경"이라면서 허탈해 했다.
더욱이 친지나 지역 고객에게 "우리 은행은 괜찮아질 것" 이라며 주식을 사달라고 권유 했던 은행원들은 "무슨 면목으로 얼굴을 들고 다닐지 걱정"이라고 한 숨을 내쉰다. 그러나 은행 부실의 책임 은은행과 은행 임직원에게만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 은행원은 "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방침에 잘따랐던 은행들은 모두 부실은행이 됐다"면서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감자가 없다'는 말을 믿고 주식을 샀던 은행원과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6개 은행에 대해 완전감자를 결정한 것은 파격적이긴 하지만 바람직 한조치일 수도았다. 충격이 큰만큼 부실을 빨리 떨어 내고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 부실 책임을 은행 임직원과 소액투자자에게 떠 넘기고 정부는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은행이 제대로 된다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구조 조정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는 한 은행원의 말을 정책당국자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