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를 만나보니 / '신들의 황혼' 펴낸 고은주씨◆
"나이를 먹으니까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에 대한 각별함이 생겨요. 이 소설은
저의 뿌리찾기라고 볼 수도 있어요."
1999년 '아름다운 여름'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작가 고은주 씨(38)가
장편 '신들의 황혼'(문이당 펴냄)을 냈다.
작품 소재부터 상당히 묵직하다. 소설에서는 제주 4ㆍ3 살육에서 살아남아 인
천상륙작전에 투입됐던 '아버지'의 굴곡 많은 인생과 신세대 전문직 여성인 '
나'의 자유롭고 쿨한 삶이 교차한다.
"소설을 쓰면서 인간은 누구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었어요. 인간은 누군가의 유전자를 받아 끊임없이 이어져 온 통시적인 존재죠.
"
작품은 주인공인 내가 혼전임신을 한 뒤 자연스럽게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면
서 자신의 근본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뱃속에서 꿈틀
대는 생명과 수많은 생명이 죽어야 했던 전쟁의 비참함이 교차하면서 소설은
실존적인 물음을 던진다.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역사다. 작가는 결코 부정되거나 홀대할
수 없는 인간의 역사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번 작품에 가장 애정이 가요. 언젠가는 해야 했던 이야기를 한 것 같은 후
련함도 있고요."
고씨는 낯익은 얼굴이다. 대학(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후 진주MBC 아나운서로
일하기도 했고, KBS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를 맡기도 했기 때문이다.
"12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생활인의 의무도 다하고 싶었어
요. 예술지상주의보다는 삶에 뿌리내린 문학을 하려고 해요. 살면서 얻어지는
것들을 문학에 담고 싶어요."
작가는 소설쓰는 작업을 '걷는 것'에 비유한다.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문학은 길을 걷는 일이에요.
아무리 자동차가 흔해져도 인간은 걷는 것 자체를 안하고는 살 수 없어요. 비
행기를 탈 때도 걸어야 하고, 전철을 탈 때도 걸어야 하잖아요. 옛날에 비해
걷는 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건강을 위해 일부러 걷는 사람이 늘어난 것
처럼 문학은 늘 사회의 공기처럼 존재하는 겁니다."
고씨에게서는 미망(迷妄) 속에서 헤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문학을 '
걷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인간의 이야기를 한칸 한칸 채
워나갈 근래 보기드문 젊은 작가다.
허연 기자
고은주씨 "소설쓰기는 길걷는 것과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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