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해대교를 넘어 차를 달려 20분 만에 도착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프레스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삐리리리 삐리~' 음악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낸 냉연강판 패널을 필요한 모양으로 찍어내기 위해 5000t 프레스까
지 운송하는 무인자동운반차량(AGV)이 움직일 때 내는 소리다.
요즘 들어 그랜저TG와 NF쏘나타 주문이 밀려들면서 AGV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느라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20년 근무 경력의 프레스부 홍지구 씨는 "공장
밖에서는 불황을 얘기하지만 이곳에서는 평일 잔업에, 주말 철야특근 등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일하느라 불황을 모르고 산다"고 말했다.
아산공장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 5월 내놓은 그랜저TG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데 힘입은 것. '신차' 효과가 계속 이어지면서 내수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
다 수출까지 급증하면서 아산공장은 96년 가동 이래 최고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박영봉 생산실장(이사)은 "NF쏘나타는 수출용을 포함해 1만7000대, 그랜저TG는 내
수용으로만 1만1000대 등 총 2만8000대 주문이 밀려 있다"며 "차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에서 차를 사는 고객들이 그랜저TG를 인도받으려면 계약 후 45일, NF쏘나
타는 20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이 공장 근로자들은 이달 들어서는 주말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철야특근을 했다.
철야특근은 오후 5시 출근해 식사 시간 1시간을 빼고는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밤을
새며 꼬박 14시간을 일하는 '마라톤' 근무. 평일 잔업 2시간을 포함해 10시간, 주
말 14시간을 근무하면 일주일 근무시간은 총 64시간에 달한다. 법정 근로시간이 하
루 8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8일'(8시간×8일=64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강도 높은 근무에도 근로자들은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품질검사를 하는 'OK라인'의 이인식 조장이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 "정말로 몸은 고됩니다. 그래도 힘들게 일한 만큼 대가가 크기 때문에 즐겁
게 일합니다. '행복한 비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산공장은 이번주 말부터 여름휴가지만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야간특근을 하기로
했다.
아산공장이 이처럼 휴가 때 가동되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아산공장은 이를 통
해 올해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1만8000대 늘린 28만1200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
다.
이곳 근로자들이 고행을 감내하는 또 다른 숨은 이유는 초기부터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이 말은 '꿈처럼 좋은 공장'이 아니라 '
일본 차를 이기는 꿈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석민 품질관리부장은 "고급 수입차를 국산차와 직접 비교할 정도로 안목이 높아
진 고객들의 불만사항과 주문사항이 하루 단위로 곧바로 생산현장으로 전해진다"며
"고객을 생각하는 품질경영이 이곳을 '꿈의 공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 = 정혁훈 기자
'일본車를 넘는다'현대차 아산공장 르포
복잡한 뉴스, AI로 쉽게 풀어보기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