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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X파일' 무더기 압수 '판도라상자' 열리나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전 '미림팀장' 공운영 씨 집에서 120분짜리 분량의 녹음테이프 274개와 테이프 내

용을 녹취해서 요약한 보고서 13권을 확보한 것이다.

하나만 공개해도 정계-재계-언론계-검찰 등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핵폭탄'이 무

려 274개나 나왔으니 이것들이 공개될 때 파장은 상상을 불허한다.

국정원 전 감찰실장 이건모 씨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문건에서 "이들 자료는 세상

에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할 대혼란을 야기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분야에 걸친

붕괴가 올지 모르는 핵폭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들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든 내용이 공개되지 않

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핵폭탄' 또 없나=이건모 전 감찰실장은 1999년 여름 공씨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그해 11월 자료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씨가 확보했다고 했던 테이프는 200여 개지만 검찰이 이번에 274개나 발견

함에 따라 숫자부터 차이가 난다.

게다가 검찰이 확보한 것은 당시 국정원에서 파기했다는 자료의 복사본으로 추정된

다. 만일 원본을 복사한 것이 이번에 발견됐다면 국정원은 공씨에게 속아 불법 도

청자료를 완벽히 파기하지 못한 셈이 된다.

특히 '미림팀'이 재건된 뒤 4년여 동안 제작된 불법 도청 테이프가 8000여 개에 달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국정원 내에서 이들이 완벽히 파기됐는지도 미지수다.

책임론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공개 가능성은=결론적으로 이번에 발견된 불법 도청 문건의 내용은 일반에 알

려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검찰은 도청자료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법의 산

물인 도청결과를 일반에 알리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불법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하지 않더라도 불법 도청 내용이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은 크다.

불법적인 자료라도 일단 확인을 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 같은 압수물은 극비보안 사항일 경우 담당검사 한사람이 자신의 캐비닛에

넣어두고 보관하면서 검토한다. 그러나 이번 자료는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혼자서

검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테이프 274개의 내용을 다 합하면 548시간이다.

따라서 다수의 검사들이 테이프 내용을 듣게 될 게 뻔하고 그만큼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도 농후해진 것이다.

◆ '핵폭탄' 파기는=자료의 파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관

계자는 "보통의 증거물은 재판이 끝나면 파기한다"며 "그러나 중요사건의 증거물은

영구 보관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중요사건'인지 아닌지는 대검 내부 '영구보존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

이 관계자는 그러나 "증거물이 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도 있다"며 "이 경우 원칙적으로는 제출인에게 이 자료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번 도청자료가 증거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자료를 받을 사람은 원칙적으로 공씨

다. 그러나 공씨가 국정원에서 불법적으로 가지고 나온 자료이기 때문에 자료의 소

유관리권은 국정원이 갖게 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번 자료를 증거물로 인정하지

않고 국정원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

◆ 박씨의 '협박'과 도청자료 공개=서울중앙지검이 29일 구속한 재미동포 윌리엄

박 씨(58)는 지난 99년 도청자료를 들고 삼성에 5억원을 요구한 공갈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이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정원에 신고하자 박씨는 그해 9월 박지원 전 문

화관광부 장관을 찾아갔다. 박 장관이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모 일간지로부터 계속

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던 것이다. 이어 5년이 지난 작년 12월 30

일 MBC 기자인 이상호 씨를 찾아갔다. '핵폭탄 1호'는 이렇게 발사됐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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