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과학혁명은 주술과 민간요법에 불과했던 의료가 과학과 국가적 인증, 교육체계를 갖추는 1차 의료혁명을 이끌었다. 정보화는 일상적 의업에 적용됐다. 종이와 펜, 사진술 정도가 사용됐고 타자기와 컴퓨터 한 대면 족했다. 의료시스템의 중심에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작은 크리닉과 '인본주의'가 있었다. 부자에게 받은 의료비로 가난한 환자를 돕는 전문가 자선(Professional Benevolence)이 시대정신이었다. 메이오 크리닉이 촉발한 외과계 분화와 백화점식 종합병원의 2차 의료혁명은 과별로 나뉜 조직의 현업 처리와 '운영 효율성 극대화'를 요구했다. 현 병원정보시스템의 목표다. 병원은 점점 더 대형화하고, 의료비 심사는 까다로워지고, 환자와 의사 모두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 착착 돌아간다. 제조업식 물류 정보체계다. 이름 모를 정보시스템은 계속 늘어만 갔다. 메인프레임과 PC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힌, 대형화와 효율화는 곧 한계에 봉착했다.
인터넷 대중화는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서로 연결했다. 현업 중심의 '운영계'보다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석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제조업이 아니고 서비스업인 의료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분석계'는 원내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표준화'를 통해 여러 병원과 연결되고 환자와 연결되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병원 담장을 넘는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정교한 데이터 거버넌스다. 원장님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정보시스템이 1차적 현업처리 목적에서 2차적 가치창출 목적이 더 중요한 시대 흐름을 놓친 데서 비롯된다.
스마트폰 환경은 연결성의 폭발력을 극대화했다. 이제 환자는 '스마트하게 평생 연결된 병원'과 '고립된 병원'의 이분법을 들이댄다. 1차적 현업처리 시스템을 더 가볍게 다이어트하고, 그 종사자들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합적 예측, 선제적 스마트 서비스 제공이라는 2차적 시스템 스마트화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아마존이 의약품 배송을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CVS는 보험사 애트나를 합병했고 거대 자본이 속속 합류 중이다. 미국 FDA는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4차 의료혁명은 양방향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해체하고 독과점적 플랫폼 지배자를 출현시킬 기세다. 의료시스템의 독점화로 우리가 '대량소외'될지, 블록체인처럼 독점을 해체하고 신뢰와 자율에 기반한 '건강공동체'로 진화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렸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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