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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미래] 복잡해지는 의료정보시스템…건강공동체로 진화할지 주목

지면 B3
사진설명
'디지털 병원'을 목표로 경쟁을 벌여온 병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보시스템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운영비용은 늘어만 가는데 다음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 정보화는 1990년대에 시작됐고, 2000년대 중반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성공적으로 병원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초창기 시큰둥했던 병원들도 유독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한국 환자들이 '컴퓨터 있는 병원'과 '없는 병원'의 이분법으로 바라보고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쏠리자 모두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의료정보 시스템의 발전은 정체했고 현상 유지에만 매년 수십 억, 수백 억의 예산이 청구됐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좋아진다는 것인지 누구도 설명 못하는 밑 빠진 독에서 병원장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병원정보시스템의 발전은 정보화 시대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0)초기 메인프레임 시대는 IBM이 열었다. (1)PC 시대 업무 전산화의 제왕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2)인터넷 시대에는 구글이 데이터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3)스마트폰 시대는 애플이 이끌었다. 각 시대는 평균 15년 정도를 풍미하곤 저물었고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흥미롭게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순서는 현재 시가총액 1, 2, 3위의 순서와 정확히 일치한다. 다음 시대를 여는 것은 (4)플랫폼 경제다. 시가총액 4위와 5위인 아마존과 페이스북, 그리고 그를 잇는 우버, 에어비앤비다. 그 너머에 (5)자율공동체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플랫폼 경제의 독과점을 해체할 새로운 균형자 역할을 모색 중이다.

18세기 과학혁명은 주술과 민간요법에 불과했던 의료가 과학과 국가적 인증, 교육체계를 갖추는 1차 의료혁명을 이끌었다. 정보화는 일상적 의업에 적용됐다. 종이와 펜, 사진술 정도가 사용됐고 타자기와 컴퓨터 한 대면 족했다. 의료시스템의 중심에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작은 크리닉과 '인본주의'가 있었다. 부자에게 받은 의료비로 가난한 환자를 돕는 전문가 자선(Professional Benevolence)이 시대정신이었다. 메이오 크리닉이 촉발한 외과계 분화와 백화점식 종합병원의 2차 의료혁명은 과별로 나뉜 조직의 현업 처리와 '운영 효율성 극대화'를 요구했다. 현 병원정보시스템의 목표다. 병원은 점점 더 대형화하고, 의료비 심사는 까다로워지고, 환자와 의사 모두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 착착 돌아간다. 제조업식 물류 정보체계다. 이름 모를 정보시스템은 계속 늘어만 갔다. 메인프레임과 PC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힌, 대형화와 효율화는 곧 한계에 봉착했다.

인터넷 대중화는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서로 연결했다. 현업 중심의 '운영계'보다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석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제조업이 아니고 서비스업인 의료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분석계'는 원내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표준화'를 통해 여러 병원과 연결되고 환자와 연결되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병원 담장을 넘는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정교한 데이터 거버넌스다. 원장님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정보시스템이 1차적 현업처리 목적에서 2차적 가치창출 목적이 더 중요한 시대 흐름을 놓친 데서 비롯된다.

스마트폰 환경은 연결성의 폭발력을 극대화했다. 이제 환자는 '스마트하게 평생 연결된 병원'과 '고립된 병원'의 이분법을 들이댄다. 1차적 현업처리 시스템을 더 가볍게 다이어트하고, 그 종사자들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합적 예측, 선제적 스마트 서비스 제공이라는 2차적 시스템 스마트화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아마존이 의약품 배송을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CVS는 보험사 애트나를 합병했고 거대 자본이 속속 합류 중이다. 미국 FDA는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4차 의료혁명은 양방향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해체하고 독과점적 플랫폼 지배자를 출현시킬 기세다. 의료시스템의 독점화로 우리가 '대량소외'될지, 블록체인처럼 독점을 해체하고 신뢰와 자율에 기반한 '건강공동체'로 진화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렸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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