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등 40개 병원·기관, 보건 의료 빅데이터 사고파는 `바이오 빅데이터플랫폼` 구축
제약·보험·화장품업체 눈독, 신제품·신비즈니스 창출될듯…해외에 데이터 팔아 수익 기대
제약·보험·화장품업체 눈독, 신제품·신비즈니스 창출될듯…해외에 데이터 팔아 수익 기대
최수진 산업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매니징 디렉터)는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등 대다수 대학병원과 일부 종합병원 등 31개 의료기관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일부 중복이 있겠지만 이들 참여 병원이 5000만명 이상의 환자 진료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 구축되는 플랫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약 수요는 얼마나 될지, 경쟁 약물의 환자군은 누구인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 비율로 나타나는지 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재열 신테카바이오 이사는 "이제껏 미국 국립보건원이나 개별 학회에서 빅데이터를 구매해 신약 개발에 사용해왔다"며 "그러나 백인·흑인 비중이 너무 높고 국내 환자들과 특성이 달라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는데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이 열리면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 신산업MD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보건 데이터에 매우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이 국부 유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단은 우선 각 병원에 표준데이터모델(CDM)을 깔고 기관별 상이한 데이터 양식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병원이 환자 정보를 입력하고 제약이나 의료기기 업체가 원하는 데이터를 요청하면 병원들이 해당 데이터를 통계치로 만들어 보내주는 구조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질환 환자들의 주요 증상이 무엇이고 어떤 진료와 약을 처방받는지 알게 되면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병원은 상업화 성공 시 로열티를 지급받고 임상 연구에도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국내 병원은 '보건의료 데이터의 보고'로 불린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급여 청구를 위한 기록이 계속 생성되는 데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이 같은 기록이 모두 전자 문서화돼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국내 환자 4890만명이 약 9억5000만건의 진료를 받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은 세계 1위 수준으로 2016년 기준 92%에 달해 미국 60%, 유럽 84%보다 크게 높다. 최 신산업MD는 "질좋은 보건의료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IT 역량이 높다"며 "이 둘을 합쳐 신성장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환자 진료 정보가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병원이 개인 정보를 제공할 때 익명화는 물론 환자 각각의 서명 동의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는 심평원이 제공하는 입원환자데이터셋, 전체환자데이터셋, 고령환자데이터셋, 소아청소년환자데이터셋 등 네 가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은 환자 진료차트 원본은 병원 등 데이터 보유 기관에 두고 분석 결과만 거래하도록 해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아래서도 정보 유출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받은 당뇨 환자들의 원본 데이터는 병원에 그대로 두고 이들 당뇨 환자의 특성, 주로 쓰는 약물, 부작용 등 통계치는 외부에서 뽑아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규모를 앞으로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으로 내년에는 1, 2차 병의원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특히 1차 병원에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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