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경영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경제민주화 바람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대기업 오너들의 책임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각 시대의 시대정신과 정치권의 상황이 기업 지배구조를 흔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삼성그룹이 걸어온 길을 보자. 이건희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대다수 삼성 계열사의 등기이사가 됐다. 외환위기의 주범인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재계에 '책임경영'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재벌개혁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 회장은 몸을 낮춘다. 2005년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이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또 한 번 위기가 온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그 후 2010년 경영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등기이사는 맡지 않고 있다.
등기이사라는 직책 하나가 시대의 흐름 속에 춤을 춘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이 회장의 곁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경제민주화=재벌개혁'이라는 등식 때문에 건설적인 오너의 책임감마저 흔들리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그게 한국 경제가 살고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대기업도 사는 길이다.
[증권부 = 손일선 기자 hulhu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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