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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24시] 사면초가 한류…문체부 손 놓을건가

지면 A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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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개봉한 '최악의 하루'라는 영화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 여자가 하루 동안 과거의 남자, 현재의 남자, 새로운 남자를 연이어 만나 곤욕을 치르는 내용이다. 결국 수세에 몰린 여자에게 남자들은 말한다. "땅 파고 죽으시든가." 여자는 반박도 못하고 힘없이 "어"라고 대답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처한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최악의 하루들'이다. 문체부의 큰 축의 하나인 체육 부문을 관장했던 전 차관은 쇠고랑을 찼고, '최순실 게이트'로 예산이 잘려나간 빈자리에는 여당 지도부들 예산이 빼곡히 들어찼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에선 한류 콘텐츠 제재령이 구두로 떨어졌다. 과거의 남자, 현재의 동반자, 미래의 기대자들이 모두 등을 돌린 꼴이다.

최순실·차은택이 문체부를 할퀸 상처는 크다. 소속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문체부에 영향을 받는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까지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공교롭게도 비선실세와 가장 많이 연관된 부처라 업무마비 지경에 이르렀다"고. 실제로 문체부가 최근 내놓은 보도자료 중 상당수는 의혹 보도에 관한 해명자료다. 불행한 과거에 대한 의혹 제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발등의 불에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이콧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상황에서도 문체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의견을 듣고 싶어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허사였다. 이러는 와중에 엔터주(株)는 하락하고, 콘텐츠 제작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 전체를 휘감은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문체부가 있다. 부처가 추진했던 사업의 상당수가 국정농단의 수단이었다니, 소속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땅 파고 죽으시든가'라는 상황이 닥쳤을 때, 넋 놓고 '어'라고 대답하는 식이 돼선 안 된다. 할 일은 해야 한다. 예봉이 부러질 상황에 놓인 한류 수출의 맥을 지켜야 할 게 아닌가? 피해 예상 업계의 고민을 청취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대책을 모색하는 모습이 절실하다.

[문화부 = 김명환 기자 ter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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