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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24시] 면세점 `몰빵 경영`의 비애

지면 A34
사진설명
소위 '몰빵'이라는 단어는 주식시장에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리스크를 줄이는 '분산투자'에 비해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훨씬 높은 투자 행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때문이다. 물론 '몰빵'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투자에서 '몰빵'은 간혹 상상하기 힘든 큰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될 만한 곳에 회사의 역량을 모두 집중해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몰빵 비즈니스'의 단점은 위기 때 명확히 드러난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보다 일시적인 충격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몰빵' 한 사업부문에 타격이 오면 회사가 바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한국 면세점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면세점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다. 이처럼 한국 면세점 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다.

지리적 이점과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매년 급증했고 씀씀이가 큰 유커들이 면세점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자 국내 면세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면세점들의 유커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가면서 매장 풍경도 변해갔다. 한글이나 일본어로 된 안내판은 중국어로 바뀌었고, 매장 직원들도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됐다. 그렇게 국내 면세점들은 자의반 타의반 '유커 몰빵' 상태가 됐다.

하지만 이렇게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면세점에 사드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중국 측의 보복 조치로 유커들의 한국행이 차단되자 매출이 급락하면서 면세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문을 닫는 면세점까지 생겨났다. 특허 만료일이 2년 가까이 남았지만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고객의 90%에 육박하던 유커가 사라지면서 매출이 임대료보다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은 고치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이 유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일본 동남아 등 다른 지역 관광객들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사드가 일깨워준 '분산투자'의 교훈이 한국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 본다.

[유통경제부 = 손일선 기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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