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를 지정하는 이유는 그의 반칙을 금하기 위해서인데, 총수들만 골라서 반칙을 강권했던 권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권력은 공백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유시민 전 장관 말처럼, 네이버라는 거대 공간은 진공 상태일 수 없었다. 그저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 국가는 국민입니다'고 울부짖었던 영화 '변호인'의 송우석 씨(송강호분) 말이 이미 현실이라서,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와 이유로 사용되는 권력이 네이버와 그 사용자들에게 접근하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은 공정위 결론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정의롭지 않은 권력을 거부하지만, 권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거가 그랬다고 미래의 권력 또한 부도덕할 것이라는 기대는 통계적이기는 해도 통념적이지 않다. 무죄는 추정돼야 하듯, 정의로운 권력도 희망돼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세운 법과 그에 따른 공정위의 해석에 반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공개적 부정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전 의장의 지배력도 정의로울 것이라고 희망돼야 한다. 그를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분)처럼 분류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고다. 공정위 역시 그를 다른 재벌 총수처럼 손보려는 게 아니라 그의 지배력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희망하며 돕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 전 의장에게는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고,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총수'라는 최고의 직함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이익만 내면 되는 경영자와는 다른 길일 것이다. 모든 총수들이 원했지만 이루기 힘들었던 그 직함을, 이 전 의장이 실현하겠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바일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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