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방적으로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를 취소한 북측에 대해 정부가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지 못했다. 북측은 책임 있는 남북 고위 당국자들이 모여 힘들게 이룬 합의를 민간 부문인 남측 언론 탓을 하며 파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북측에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가 북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분명히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모호한 메시지를 북측에 발신했다. 남측 언론의 비판적 대북 보도를 이유로 남북합의를 번복하는 것은 북측의 고질적 협상 태도다.
과거에도 북측은 '잘되면 제 탓, 수틀리면 남측 언론 탓'을 무기로 대화 국면에 수차례 찬물을 끼얹었다. 북측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이후에도 일부 남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남측 정부가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면 잔칫상이 제사상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드러냈다. 북측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은 '진정 어린 조치'로, 다음달 8일 대규모 열병식을 비판하는 남측 언론 보도를 '시비'로 규정해 금강산 행사 약속을 파기했다.
북측에서도 남측 정부가 언론을 입맛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대화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언론'을 딴지 걸며 이를 협상 무기화해온 것이다.
이제 정부도 북측 의도에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당장은 북측과 조금 얼굴을 붉히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 간 합의를 민간분야인 언론 보도 때문에 깨는 것은 부당하다고 분명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 남북대화를 지키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평창 이후가 더욱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잠시 불꽃이 흔들리더라도 '남북대화'라는 촛불이 더욱 잘 타오를 수 있도록 기울어진 심지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내일 정부가 북측에 보낼 전통문에 '더 이상 언론을 문제 삼아 소중한 남북합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기길 바란다.
[정치부 = 김성훈 기자 kokkir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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