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나만의 AI 비서 마이에이전트 마이에이전트
오피니언 > 기자칼럼

[기자 24시] 난민이 아닌 가짜뉴스를 혐오해야

지면 A38
사진설명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온라인상에는 난민과 이슬람권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 2일 한 네티즌은 특정 기사를 근거로 "아랍인들이 종각역에서 강간 게임을 계획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으며 분노와 공포를 호소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근거로 든 기사는 2016년 작성된 것으로 한 미국인이 종각역에서 강간 합법 집회를 열겠다고 거론한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이슬람 13교리에는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고 쓰여 있다'는 등 보기만 해도 강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시물도 주요 온라인 사이트마다 높은 클릭 수를 얻고 있다. 실제 코란에 이 같은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난민이 폭력 행위를 했다는 사진, 영상 등 게시물 중 상당수 역시 가짜뉴스였다. 그러나 수많은 온라인 괴담은 오프라인으로까지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금껏 난민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가 난민 수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을 수용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여론이다. 반면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입각한 일방적인 혐오는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다.

우려와 불안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어 맹목적인 혐오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는 '혐오'돼야 한다. 한번 퍼진 혐오는 난민을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난민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거나 건전한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혐오가 심한 상황에선 난민에 대한 합리적 제한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여론에 떠밀린 무분별한 조치가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난민을 둘러싼 가짜뉴스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 시점에 견지해야 할 것은 '가짜뉴스에 대한 혐오'다. 법무부 등 난민 문제를 다루는 정부 당국이 지금처럼 가짜뉴스를 방치해선 곤란하다.

[사회부 = 이희수 기자 heesoo7700@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매일경제 회원전용
서비스 입니다.
기존 회원은 로그인 해주시고,
아직 가입을 안 하셨다면,
무료 회원가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주세요
무료 회원 가입
로그인

Shorts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