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에 108번뇌는 없다. 108번뇌를 반면교사 삼아 당의 프로세스를 따르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스피커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만 있을 뿐이다. '초·재선이 너무 매가리가 없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지만 적어도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오합지졸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규율(정당의 프로세스를 존중한다·계파는 척결한다)은 최근에 알려진 한 당내 사조직의 등장으로 깨질 위기에 처했다. '부엉이 모임'은 19대 노영민 전 의원이 만든 친목 모임이었다. 20대에 들어와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을 받아들이면서 40명가량으로 늘었다. 본래 참여정부 때부터 끈끈했던 이들이라 모이는 게 특별히 이상할 건 없지만 이 모임이 친목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문제가 된 건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에 이용하려는 이들 때문이다.
최근의 논란은 부엉이 모임에서 한 인물을 전당대회 후보로 몰아주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는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부터 당내에서 세력을 규합하더니 초선들을 자신의 직계로 삼으려 하고 있다. 부엉이 모임은 당내 패권세력의 전 단계 정도까지 왔다"고 말했다.
어떤 당내 조직에서건 당 리더십을 세우는 문제는 정도를 가야 한다. 만약 본인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밝히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요청해야 한다. 친목 모임을 자신의 계파로 삼는 건 '백팔번뇌' 교훈에서 단 한 자의 깨달음도 얻지 못한 발상이다. 당의 공식적인 의사 결정 대신 사조직이 개입하면 여지없이 망한 정당사를 기억해야 할 때다.
[정치부 = 김태준 기자 ianuariu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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