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갑질 사태와 관련한 민간 전문위의 일사불란한 대응은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한항공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복지부 장관의 한마디에 민간 자문 기구의 긴급 회의가 소집됐고,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겠다는 일부 민간 전문위원이 있었지만 회의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 직후 나온 우려 표명은 장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장을 밝히지 않은 위원도 있었지만 공동 명의로 성명서가 나갔다. 한 전문위원은 기자에게 "우리가 장관의 한마디를 위해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물론 기자 역시 기업에 환부가 있다면 주주로서 칼을 쥐고 수술에 나서야 마땅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다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망나니 칼춤'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홍역을 치렀던 흑역사를 기억한다면 이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할 때다.
[증권부 = 유준호 기자 yjun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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