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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지피지기 못한 한국 축구

지면 A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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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우리나라 아시안컵 8강 탈락 지분이 중국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경기 중 세 번째 상대였던 중국은 이미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이 밀집수비로 한국에 톡톡히 효과를 봤음에도 수비 축구를 고집하지 않았다. 해볼 만하다며 수십 년을 따라다니던 공한증(恐韓症)을 떨쳐보려는 의지가 보였다. 밀집수비를 고수하지 않은 중국의 자존심 덕분에 한국은 아시안컵 유일한 다득점 경기를 만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전은 한국 대표팀의 전술 변화 기회를 차단한 구실이 됐을 것이다. '답답했지만 손흥민이 오니 달라졌다' '전력이 너무 약한 상대들에게 안 통했을 뿐이다'. 1·2차전 졸전에 밀집수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내던 매체들도 단 한 경기, 중국전 완승을 계기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꺾이지 않는 고집의 원천이 되기에 충분했다.

벤투 감독과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장들의 공통점이 있다.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을 대표할 만한 전술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벤투 감독이 5경기 내내 밀어붙인 '빌드업(build-up)'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후방에서부터 빠른 템포로 유기적 패스를 통해 많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전술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없이 소신을 밀어붙였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한국을 지휘할 때도 같은 전술을 구사했고 실패로 이어졌다. 선수들에게 밀집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릴 뛰어난 패스 능력이나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릴 개인기가 있느냐는 논외다. 빌드업 전술은 기껏 해야 한 달 정도, 그것도 국내와 해외 리그 선수들이 제각각 소집되는 대표팀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투지와 체력, 근성으로 부족한 기술을 보완해 온 우리나라 축구 역사를 안다면 더욱 그렇다.

축구팬들이 정말 우려하는 건 '아부다비 쇼크' 후에도 완강한 벤투 감독의 소신이다. 그는 "기회에 비해 득점이 부족했다. 앞으로도 우리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더 걱정되는 건 카타르와의 경기 전 인터뷰다. "부임 후 10경기 넘게 한 번도 지지 않았는데 왜 자꾸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문득 그가 부족한 점보다 잘한 점에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레저부 = 이용건 기자 moda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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