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근간은 밥과 국이다. 밥과 찌개다. 그리고 반찬이다. 우리는 이렇게 정해진 틀 안에서 경쟁 해야 한다. 남과 다른 상차림, 남보다 뛰어난 가격 만족도를 구현해야 이길 수 있다. 그래야 웃을 수 있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못할 일도 아니다. 발명이 아니라 발견을 하면 되고, 개발이 아니라 조합을 해내면 된다. ‘차별화’를 하면 그다지 난공불락은 아니다.
다(多)메뉴 하지 말라
부대찌개 전문점이다. 그러나 사실 메뉴는 부대찌개 말고도 여러 가지가 더 있다. 부대찌개와 어울릴 것 같은 타 음식들이 메뉴판에 있다. 괜찮다. 대한민국 식당에서 이것은 흉이 아니다. 하지만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직장인들 4명이 점심을 고민한다. 2명은 부대찌개를 선택했고 1명은 덮밥을 나머지 1명은 국수를 선택했다. 이 팀이 가야 할 식당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메뉴를 다 취급하고 있는 분식집이고 다른 하나는 한식집이지만 분식집만큼 골고루 메뉴를 가진 식당이다. 부대찌개를 먹고 싶은 사람은 부대찌개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고 싶지만 포기를 하고 부대찌개처럼 생긴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향해야 한다. 덮밥이나 국수를 선택한 사람도 부대찌개를 선택한 사람만큼은 아니어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점심시간이다. 직장인 소비자들은 시간 내에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래서 4명이 매번 통일해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하루는 두 명씩 쪼개지고, 주중에 한 번만 4명이 함께 식당을 찾을 것이다. 4명을 5일 내내 받아내겠다는 욕심은 덜어야 한다. 그러면 일도 쉬워지고 장기적으로는 내일이 기대되는 식당이 된다.
만족도의 차이다. 4명이 분산된 음식을 나누어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직장 동료 사이에서 같이 수저를 담그거나, 젓가락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동료가 시킨 음식을 맛보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를 위해서 다(多)메뉴를 꾸며야 한다는 것은 불편하다. 만드는 식당도 힘들고 먹는 손님도 그저 그런 만족도를 가지며 식당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만 가진다.
메뉴의 집중화가 필요한 이유
하지만 상주하는 직장인은 많고 공급자인 식당이 적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다(多)메뉴가 올바른 일이다. 누가 들어와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구성이 가게를 더 윤택하게 한다. 수요자가 많으니 원하는 매출에 도달하기 쉽다. 공급자가 적어 비교당할 가능성도 없으니 만족도도 일정 부분은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환경은 아주 극소수라는 점이다. 어디든지 공급자인 식당보다 수요자가 적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공급자가 적었다고 쳐도 금세 그 틈바구니를 겨냥한 창업자들로 시장은 포화상태가 된다. 상권이 확장되기 어려운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급자가 더 많은 레드오션 상권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수요자만큼 공급자가 많은 상황에서 다(多)메뉴를 꾸리게 되면 점심시간 1시간 동안만 손님들이 몰린다. 이때의 판매량이 가게의 매출을 좌우하게 된다. 타깃인 직장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끝나면 가게는 한가해진다. 만족도가 별반 높지 않기 때문에 생각해주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그러나 무수한 공급자 속에서 꿋꿋하게 한두 가지의 메뉴로 전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면 손님들은 가게를 기억하고 관심도 가진다. ‘얼마나 자신 있으면 하나로 승부할까?’, ‘오직 한두 가지의 메뉴로 승부하는 열정이 있는 식당’, ‘그래도 그거는 그 집에서 먹어야 제맛’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손님이 인테리어다. 손님이 맛이다. 북적거리는 식당은 그 자체가 고객을 흡입하는 매력적인 인테리어가 된다. 손님은 북적거리는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어도 ‘다른 사람은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으로 보아 나만 음식이 안 맞나보다’라고 오해하게 된다.
이것이다. 가게가 메뉴를 줄이게 되면 손님은 맛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특정한 단일 메뉴는 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구전된다. 구전은 그 식당의 전문성을 보장한다. 손님들은 메뉴 한 가지만 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나은 집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직장인이 타깃인 식당일지라도 그 음식을 원하는 손님들은 점심시간 이외에도 해당 식당을 찾는다. 특정 음식을 꼭 먹고 싶은 소비자들은 일찍 오거나 점심시간이 넘어서 온다. 타깃 손님 외에도 그 음식을 원하는 외부 손님도 유입할 수 있는 것이다. ‘소문 듣고 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문으로 오는 사람들은 뻔히 북적거림을 알고 있는 식사 시간을 피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문화된 식당은 다(多)메뉴로 한 시간을 채워내어 벌어야 하는 식당보다 여유를 가지면서 긴 영업시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맛이 탁월하게 좋으면 고관여 식당이 된다.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봐야 하는 맛집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맛집이 될 정도의 뛰어난 맛은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메뉴를 줄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메뉴의 전문성 하나로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손님들은 자신들의 편리에 의하여 단일 메뉴를 이해한다. 손님들은 ‘내공이 있을 것이다’, ‘재료는 늘 신선할 것이다’, ‘하나로 계속 숙련된 솜씨니까 믿을 만할 것이다’ 등의 합리화로 단일메뉴를 받아들인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찾아가서 먹어야 할 고관여 식당의 하나로 키핑하게 된다. 사실이다. 독자의 대부분이 생각하는 괜찮은 식당도 “정말 뛰어난 맛집이라기보다는 메뉴가 하나여서 믿을만한 식당”일 것이다. 필자와 내기를 해도 좋다.
남들과 차별화된 부대찌개
이제 의뢰한 식당의 주력 메뉴인 부대찌개를 살펴보자. 필자는 부대찌개를 제외한 메뉴를 모두 버릴 것을 권한다. 부대찌개는 직장인 선호도 음식 중에 상위에 속하는 메뉴다. 게다가 부대찌개는 다른 찌개와 달리 반찬에 대한 요구가 적은 음식이다. 찌개 안에 이미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반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한다.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반찬을 덜 내주어도 좋기에 부대찌개 단일메뉴에 몰입해야 한다.
단, 부대찌개는 다른 찌개에 비해 원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반찬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재료가 찌개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편을 즐기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를 모두 취급하는 다수 경쟁자가 안쓰러워 보인다.
부대찌개에서 밥은 찌개와 따로 먹는 개념이 아니다. 비벼 먹는 개념이 강하다. 이 역시도 찌개에 포함된 다양한 내용물에 있다고 파악해도 좋다. 이때 비벼서 먹기에 좋은 다양함을 강조해주어야 한다. 방법은 밥을 공기에 담아주는 것이 아닌 양푼이나 국 대접만한 그릇에 내어주는 것이다. 누가 봐도 비벼 먹는 용도임을 일깨워주는 센스를 가졌다면 부대찌개 하나에 집중하는 식당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
반찬은 찌개의 짠맛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녀석으로 한 두 가지면 좋다. 이미 찌개 냄비가 상을 차지하고 있고 양푼과 같은 큰 밥그릇이 상을 채우고 있다. 마음에 여유가 된다면 비빔에 어울릴 나물 몇 가지를 곁들이는 투자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밥을 강조하는 더 좋은 ‘돌직구’는 바로 쌀이다. 좋은 쌀은 윤기부터 다르다. 그 윤기를 공깃밥의 뚜껑으로 가리지 않고 양푼으로 오픈해 보여주기에 타 식당의 쌀과 차별화되어 보인다. 쌀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굉장히 질 좋은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상차림은 손님의 마음을 흔든다
남보다 투자하지 않고 이기는 상차림을 구현하는 마술은 있을 리 만무하다. 약간의 눈속임과 연출로 이익을 더 크게 남길 수는 있겠지만 손님은 결국 눈치 채게 된다. 진정이 담긴 상차림과 기술적인 상차림의 차이를 말이다.
손님의 눈치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경험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하면 할수록 보는 각도와 감각은 높아지게 된다. 풍부한 경험을 매일같이 쌓아가는 손님을 하루 12시간을 가게에 매어 있는 점주가 이기기는 쉽지 않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가게의 이익을 양보하고 손님에게 더 이로운 상차림으로 진심 있게 다가가는 것이다.
클리닉은 이처럼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의 장점을 집중화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바쁠 것인가’ 와 ‘내내 쏠쏠히 들어오는 손님으로 지루하지 않을 것인가’의 선택이기도 하다. 장사는 전투가 아니다. 절대 가게는 손님을 이길 수 없다. 손님이 마음 다쳐 빈정이 상해 오지 않으면 가게는 피범벅이 된다. 지금은 이기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손님의 경험치를 이해하는 자세에서 클리닉은 출발한다. 손님은 고수다. 그것도 까다로운 고수다. 고수의 눈짓은 여러 가지를 내포한다. 그 눈짓에 제때 반응하는 센스는 클리닉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덕목이다. 부대찌개에 어울리는 양푼밥이 바로 그런 것이다. 반찬보다 눈으로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고품종의 쌀로 밥을 짓는 것도 센스다.
메뉴가 많은 식당은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당연히 일손도 많이 요구된다. 끊임없이 일해도 매출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버려지는 재료는 예상했던 원가를 뛰어넘는다.
메뉴가 적으면 알리기 쉽다. 이것저것이 아니라 딱 하나. 딸랑 하나뿐인 메뉴를 알리니까 전달력도 빠르다. 그리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진짜 하나만 해?’하는 호기심.
물론 밖으로 나가서 땀나도록 알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식당 안에서만 종종거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알아줄 리 없고, 전달되지 않는다. 전단지 만장 뿌리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장사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상차림은 계산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글 <맛있는 창업> 이경태 소장
[자료제공: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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