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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인동포 美서 능력 펼치도록 돕고싶어요"

지면 A33
미국 입양돼 FBI요원 활약한 서웅기씨…가족 찾으면 인생 완전해진 느낌 들것
"인종차별 시달렸지만 고난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사진설명
"한국은 저에게 삶을 줬고, 미국은 저에게 기회를 줬어요. 저처럼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을 비롯해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건 제 사명입니다." 서웅기 씨(미국명 토머스 매스터스·63)의 삶은 한국사의 비극과 아메리칸 드림의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는 1953년 11월 동란의 여파가 남아 있던 한국에서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쟁 통에 행방불명됐고,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남매는 주린 배를 달래려 근처 산에서 소나무 껍질이나 들꽃을 뜯어먹었다.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삼남매는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고아원에서 지내던 서씨는 일곱 살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형님과는 8~10세 터울, 누님과는 4~6세 터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형이 다니던 학교로 도시락을 갖다 줬던 기억이 납니다. 입양 기록을 보면 부산에 살았던 것 같아요. 겨울철에는 얼어붙은 시내에서 팽이치기를 하며 놀았죠." 그의 양아버지는 공군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정착한 곳은 미국 캔자스주였다. 보수적인 중부 도시에서 서씨는 이방인이었고 약자였다. 그는 "당시 학교에는 한국에서 입양된 여동생과 나, 아시아인이라고는 이렇게 단둘밖에 없었다"며 "인종차별 때문에 매일 백인 아이들과 싸웠다"고 회상했다.

고난은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서씨는 "소수자라는 한계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1977년 캔자스주 최초의 아시아인 경찰관이 됐다. 이후 서씨는 캔자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3년부터 11년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근무했고, 미국 항공보안청, 미국 국토안보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전쟁의 비극은 군인과 전쟁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고아원 시절 어린 서웅기 씨.
고아원 시절 어린 서웅기 씨.
현재 서씨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사법기관 진출을 돕고 협력하는 NAPOA(National Asian Peace Officers Association)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주변에 항상 얘기합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요. 한 사람을 도우면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국토안보부에서 일했을 때 사무실에 아시아계 직원은 저와 베트남계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우리가 능력을 입증하고 다른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한인 동포가 미국 사회에서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서씨는 지난달 22일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언론인연합회가 주최한 '2016 글로벌 자랑스러운 세계인·한국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 양국(한국·미국)의 인재들이 상대방을 배우고, 서로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한국을 찾은 다른 이유는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자주 왔었다. 60년 전 남김 없이 파괴된 이곳이 이렇게 발전했다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라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가족을 찾으면 무엇보다 '마침내(finally)'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아요. 이곳 한국에서 시작한 제 삶을, 긴 여정을 비로소 완성하는 경험이잖아요. 제 뿌리를 알게 됐을 때 저라는 사람이 비로소 완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홍성윤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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