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드 증후군은 A씨처럼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도 입덧, 요통, 체중 증가 등 육체적·심리적 증상을 아내와 똑같이 겪는 현상을 말합니다.
TV 드라마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이런 현상은 아내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임을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 엄마가 양육권을 독점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 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심리학에서는 설명합니다. 영국의 아서 브레넌 박사가 2007년 임신한 아내를 둔 남성 28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 예비 아빠들이 복통, 구토, 체중 증가, 허리 통증 등의 증세를 경험했고, 어떤 남성은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자 자신도 엄청난 진통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 보면 인간 심리는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짜 약이 진짜 약처럼 효과를 내는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는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아무 효능이 없는 알약을 소화제라고 주면 그것을 먹고 실제 소화 불량이 해결되는 것입니다.
이런 가짜 약은 1700년대부터 사용됐다고 합니다. 적절한 약을 구할 수 없게 되면 증상 회복을 위해 효과 없는 약을 진짜 약인 것처럼 속여서 투여해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가짜 약이 심리적인 효과만 주는 것이 아니라 혈압과 심박수를 조정하거나 고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가짜 약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짜 약을 주면서 약의 부작용을 알려주면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하는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것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효과가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건 아무래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아닐까 싶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로,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여인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는 갈라테이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고, 그의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1968년 로버트 로젠탈 하버드대 교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고, 20%의 학생 명단을 교사에게 전달합니다. 교사들은 넘겨받은 명단에 있는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해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학생들은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몇 달 후 다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해당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반대로 한번 나쁜 사람으로 찍히면 스스로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낙인 효과(烙印效果),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 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가짜 약은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인간관계나 육아에서 큰 일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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