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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상 `웃는 돼지` 사라질까…동물학대·축의금 거부감

지면 A27
주문건수 70% `뚝`…케이크·떡으로 대체 붐
한 등산 캠핑 동호회의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상에 돼지머리 모양 케이크가 올려져 있다. [사진 제공 = 단미케이크]
한 등산 캠핑 동호회의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상에 돼지머리 모양 케이크가 올려져 있다. [사진 제공 = 단미케이크]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에서 일식 주점을 새로 연 김 모씨(33) 개업식날. 고사상에는 돼지머리 대신 웃고 있는 돼지 모양 떡이 올라와 있다. 몇 년 전 부모님과 인근에서 호프집을 열었을 때만 해도 김씨는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떠들썩하게 상을 차렸다. 김씨는 "축하객들이 돼지 입과 귀에 돈을 수북이 꽂아놓고 가는 게 축하 관례였다"며 "이젠 손님들도 흉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돈을 꽂아주는 것도 사회 정서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돼지머리를 떡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개업식 현장에서 푸짐한 돼지머리 고사상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던 풍속이 동물단체들의 비판에다 청탁금지법 여파까지 겹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서울 독산동에서 30여 년간 돼지머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박 모씨(48)는 "3~4년 전만 해도 개업식뿐 아니라 연초, 초하루, 초사월 등 고사를 지내는 날이면 돼지머리를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연로한 분들이 하는 개업식이나 시산제(산악인들이 매년 연초에 지내는 산신제)를 제외하고는 돼지머리 주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수년 전만 해도 한 달에 200여 건의 주문을 받았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3분의 1 수준인 70여 건으로 '확'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나 동물단체들 사이에선 전기 충격을 통해 돼지를 도축한 후 머리만 잘라내는 데 대한 혐오감이 커진 데다 돼지머리 특유의 비린내 등도 기피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돼지머리 공급상은 "완전히 익혀서 고사상에 올려놓으면 흐물거려서 그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어 살짝 익힌 다음 고사상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실내 공간 전체에 비린내가 퍼지기 일쑤여서 젊은층은 다소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후 처리도 골칫거리다. 고사용 돼지머리 가격은 5만~8만원 선이지만 이를 음식으로 먹기 위해선 추가로 5만~10만원을 들여야 한다.

고사상에서 돼지머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돼지머리 모양 케이크나 떡 등이 들어서고 있다. 국내 최초 돼지머리 케이크 판매업체인 단미케이크의 최연화 사장(33)은 "4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일주일에 한 개 팔릴까 말까 했는데 요새는 하루에 한 건 정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머리 케이크를 찾는 고객은 주로 개업을 앞둔 30·40대. 개당 10만원이 넘지만 실제 돼지머리 크기와 모양을 본떠 만들어 개업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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