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먼저 소멸시효 제도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대출채권 곧 금전채권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단순화 하자)
가. 소멸시효 제도는 한마디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출채권은 금전채권으로서 "매달 얼마를 이자로 지급하고, 몇 년 몇 월 며칠에 원금을 모두 갚는다."라는 내용을 갖는다. 매달 주기로 한 이자와 정해진 날에 갚기로 한 대출원금을 갚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 돈을 갚지 않으면 시간이 흘렀다라는 사실만 가지고 그 채권에게 사망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소멸시효 제도다.
결국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건이자 유일한 요건이라는 말이다.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이자를 주기로 한 매월 말일, 원금을 갚기로 한 언제)부터 10년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이 소멸한다. 여기서 권리의 행사란 전화나 문서 하나 달랑 보냈다고 해서 "권리를 행사했다"고 할 수 없다. 법원에 정식으로 소장을 내야만 권리를 행사했다고 취급한다.
'10년이면 강산이 한 번 바뀔 시기인데 뭐 그렇게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게 있다. 회사의 경우에는 소멸시효 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고 또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역시 5년으로 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채권의 성격별로 3년이나 심지어 2년, 1년짜리 채권도 있다(뭔가 색다르다 싶을 때는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자).
나. 시간은 강산도 변하게 하고 모든 걸 변화시키는 힘이 있지만 그 자체로 권리를 소멸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의 경과 그 자체를 중단시킬 수는 없지만 시간 경과로 인한 권리 소멸의 효력만큼은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바로 ① 청구, ② 압류, 가압류 또는 가처분, ③ 승인의 3 가지가 중단 사유에 해당한다. 이 사유가 있게 되면 시효소멸의 효력은 다시 리셋되어 0에서부터 다시 5년이면 5년, 10년이면 10년이 다시 흘러야한다.
여기서 "① 청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이 재판상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내용증명으로 "청구서를 정기적으로 보내 있으니 시효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청구서 발송은 그 후 6 개월 이내에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③ 승인"은 반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그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급 유예를 부탁하거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거나 이자를 지급하면 승인에 해당하게 된다. (마음 착한 채무자에게 불리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법이다).
3. 자 이제 앞의 사례에 우리가 알게 된 소멸시효 제도의 지식을 대입해 보자.
가. 저축은행에서 채무를 헐값에 사들인 대부업체에서 당신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한다. 문제는 법원 명의로 발송된 지급명령에 대해 우왕좌왕하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2주를 지나게 되면 지급명령이 확정된다는 점이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이제 당신은 빼도 박도 못하고 갚지 않아도 될 돈을 갚아야만 된다.
예전 대출금채권을 근거로 지급명령이 법원에서 날라 오면 놀라지 말고 법원 민원실에 가서 이의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의신청서에 언제 빌렸던 돈으로 이미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멸시효로 청구의 근거가 된 채권이 소멸하였다고 적으면 된다. 그리고 재판 당일에 나가서 이러한 사실을 간단하게 말하는 것으로 판사는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는다. 구구하게 적을 필요도 없다. 이를 어려운 말로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다고 말한다.
나. 고약한 것이 "우선 급한대로 1만원만 입금하면 원금의 50%를 감면해 주겠다."는 말을 할 때다. 상대방은 교묘하게 "승인"을 유도하는 것이다. 마음 약한 당신이 채무액의 일부라도 갚는 순간 아까 봤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승인"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죽었던 채권이 부활하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다.
4. 결론은 이렇다.
분명히 오래된 채권이라서 끝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전화나 서류로 그 채권을 갚으라는 식의 연락이 오면 함부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거나 응대하거나 일부라도 돈을 입금하거나 하지 마시라. 다만 법원의 서류만큼은 긴장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변호사나 법률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상책이다.
[마석우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