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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취업, 본업이 뭔가요?

사진설명
“요즘 무슨 일 하세요?”

“학원에 나가고 있어요.”

“아, 원장님이세요?”

“아니요, 원장님이 사정이 있어서 제가 잠시 봐드리고 있어요.”

“네~카톡 보니까 글도 쓰시는 것 같던데 본업이 뭔가요?”

“...”

요즘 나를 만나는 사람과 보통 이런 대화가 오간다. 사실은 나의 본업이 뭔지 나도 요즘 찾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집에서 살림만 한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 후부터 계속 일을 해 왔지만 나를 나타내주는 이름을 갖지 못한 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다. 예전에 직장을 다니며 어떤 일을 할 때는 일을 잘하든 못하든, 좋아하는 일이든 싫어하는 일이든 뭐라도 할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난감하다. 외출하면서는 벼룩신문을 들고 와서 샅샅이 뒤적거리기도 하고, 알바천국이나 워크넷을 검색해서 알아보며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지금 우리는 어디 일하러 오라고 불러주는 곳도 없으니 남편이 주는 돈 고맙게 받고 살아야 한다고도 했다. 난 어떻게 보면 경단녀도 아닌데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고,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걱정도 된다. 결혼을 하고 아들이 어릴 때도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일을 하러 다녔었기에 아들은 엄마들도 당연히 일을 하러 나가는 것으로 알았다. 동생이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을 본 아들은 왜 이모는 일하러 다니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집에서 살림을 하며 육아를 하는 것이 당연한 자리였다. 그때는 일을 하러 가는 엄마는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거나 아니면 아주 능력 있는 특별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들이 어릴 때 엄마인 내가 직장을 나가는 것은 여러 평범한 엄마들 중 한명에 불과했었다.

사람은 보통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직업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요즘은 좋은 직장을 떠나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능력이 되는 것 같다. 나이가 오십을 바라보게 되니 어디라도 만만하게 오라고 해 주는 곳은 없다. 그러나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기에 뭔가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일자리를 찾는 내게 소방직 공무원인 친구가 공무원 시험 응시를 해보라고 권했었다. 일반직 공무원과 근무시간만 다를 뿐 동일한 신분을 보장받는 시간제 공무원도 인기가 있다며 소개해 준 것이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연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일하고 싶은 중장년들이 다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민간 일자리 대신 공무원 일자리를 늘인 정부를 비판하는 소리도 있다. 실제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한편으로 올해는 선발 인원이 늘어서 시험 준비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한 때 공무원 준비를 해보려고 책을 들고 도서관을 다녀 본적도 있다. 그러나 한 번도 꿈 꿔 본 적도 없고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너무 높은 담 같았다. 지금에야 공무원 시험 도전을 내가 할 수 있을지, 바른 선택인건지, 괜한 시간 낭비인건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나이에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공무원 공부를 하려는 내가 비참한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을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며칠 전 아들이 조심스레 묻는다. “엄마, 일자리는 알아보고 있나요?” “어...찾고 있는데 마땅한 곳이 잘 없네....”“뭐라도 해야 할 텐데요...”

뭐라도 해야 할 텐데...이 말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을 향해 어른들이 주로 하시던 말씀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적성에 맞는 일을 하기보다, 꿈을 찾기보다 어디라도 들어가고 보자라며 취업을 했다가 또 금방 그 곳을 나오게 된다. 그러나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할 때도 분명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새로 하는 일은 이왕이면 꿈이 담긴 일,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청년 취업도 어려운데 엄마의 취업은 더 어렵겠지만 내가 해왔던 여러 일들이 내겐 좋은 경험이며 나만의 스펙이라고 생각한다. 곧 나의 본업을 찾게 될 것이다.

[이지연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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