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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종원 OECD대표부 대사 "인간 행복에 기여 못하는 성장은 의미없어"

지면 A36
성장일변도 패러다임 대신 고용·소득분배로 연결되는 포용적 성장이 OECD 목표
소득주도·혁신성장·공정경쟁…세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사진설명
"경제성장이란 결국은 인간의 삶과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2017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는 2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3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외환위기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윤종원 대사는 이후에도 재무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 부처와 국제기구에서 관련 요직을 맡으면서 정부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통한다.

그는 한국 경제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사는 우선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차원이 아니라 'GDP and beyond'라는 말처럼 성장(GDP)을 추구하면서도 성장 과실의 고른 분배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Beyond GDP)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고용과 소득분배로 이어지도록 경제구조를 전환해 결국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기술 진보와 세계화 속에서 일자리 양극화, 소득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치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성장 패러다임이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속해나가고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확고하게 갖추는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렇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의 세 바퀴가 잘 굴러가는 모습은 OECD가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도 같은 개념이라는 게 윤 대사의 해석이다.

OECD는 2012년부터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성장 과실의 고른 분배로 삶의 질을 높이자는 '포용적 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대사는 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변혁은 빠른데 정부 정책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며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변화는 광범위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업·사회·정부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국가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총리와 8명의 장관 등 정부 측 인사와 기업 경영인,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가 일자리, 교육, 경쟁력 강화 부문을 포괄하는 국가계획을 만드는 덴마크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양과 질을 강조했다.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OECD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강세를 보이지만 일자리 질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며 "업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사람을 중심에 둔 근로관행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OECD는 한국의 청년고용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고 지나치게 유연한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라고 보이지만 개혁 추진 과정에서 일자리 총량과 전체 소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이뤄져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층의 일자리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문가인 그가 한 발짝 떨어진 OECD에서 바라본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궁금했다. 윤 대사는 당장 내년 경제에 대해 "올해 우리 경제가 호조세를 보였지만 자생적인 성장 기반을 만든 결과가 아니고 글로벌 회복세를 따라간 측면이 있다"며 "OECD가 내년 한국이 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하지만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회복 속도, 체감 물가 부담, 서비스 부문과 중소기업의 저생산성과 청년실업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그간 올랐던 집값이 금리 인상 과정에서 가파른 조정을 받는 경우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OECD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는 3.7% 성장하겠지만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미국 보호주의 압력 외에 브라질 등 신흥국 리스크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정 가능성과 북핵 문제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기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일선 기자 / 김인오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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