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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 직후 생각해본 결혼·이혼·졸혼의 법률적 의미

마석우 기자

설명절 지내고, 미운 당신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46] 나흘간의 설 명절을 지내고 첫 출근.

가벼워야 할 당신 발걸음이 무겁다.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도 일이지만 명절 지내며 폭발한 '사모님'의 스트레스가 제대로 풀리지 못한 탓이다. 명절 며칠 전부터 시작된 스트레스가 급기야 귀경길 차 안에서 폭발하고 말았던 것. 운전대를 팽개치고 정체로 거북이걸음인 차량 사이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을 겨우 참았다.

"도대체 혼인이라는 게 뭐야?" 점심 때 만난 변호사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하니 나온 답이라곤 "혼인이란 건, 영속적인 공동생활을 위한 1남1녀의 결합체를 말해"라는 재미없는 말뿐이다. 좀 들을 만한 말은 그다음에 나온다. 혼인신고를 한 이상 이것도 일종의 계약이 성립한 것이기 때문에 도중에 아무리 마음이 안 맞아서 같이 못 산다며 싸우더라도 함부로 깰 수 없는 게 결혼이란다.

법률적인 의무가 있는데 핵심은 3가지. 혼인신고를 구청에 내는 순간 두 남녀에게는 동거의무, 부양의무, 함께 자식을 교양(교육과 양육)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이가 좋을 때야 무슨 일이든 못할까? 콩알 한 쪽이라도 반으로 나누어 먹을 정도의 부양의무를 지키지 못할까? 사랑으로 낳은 자식을 교육시키고 양육시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할까? 동거의무는 말할 것도 없다. 한시라도 보고 싶은 게 여보, 당신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팔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정도의 긴 시간 동안 더구나 몇 번이고 추석과 설이라는 지뢰를 지나며 사랑과 애정은 식게 마련이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며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 맞아?"라며 묻고 또 묻는 게 결혼 아니던가. 변호사 친구의 말은 그래도 콩알 한 쪽을 나눠 먹고 같은 방을 써야 하는 게 부부 사이라는 게다. 법적 의무이기에 일시 애정이 식었더라도 집을 나와 버리거나 집안 살림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순간 혼인계약 위반이 된다는 말이다. 혼인 중에 짊어져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법률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기에 그 결과는 가혹하다. 가령 동거의무에 숨겨진 정조의무를 다하지 못한 게 바로 부정행위이고, 상대방을 부양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가 악의적 유기에 해당한다. 바로 재판상 인정되는 강제이혼 사유들이다. 부부 사이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처는 물론 자식과도 헤어져야 하고 부부가 공동으로 일군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 자녀들이 미성년이라면 성년이 될 때까지 부양료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10여 년 전에 결혼식 마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구청에 찾아가 혼인신고서를 내던 날이 새삼 떠오른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게다. 화제는 다시 최근에 유행한다는 "졸혼"으로 옮겨졌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채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사는 그것 말이다. 이렇게 무거운 결혼의 의무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묻는다. "부부 사이에 졸혼 합의서를 쓴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거야?" 일단 혼인의 3대 의무에 대응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별거 허용 조항, 소득과 재산에 대한 조항, 미성년인 자식이 있다면 그 교육과 양육에 대한 조항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졸혼 합의서를 작성해 본 적은 없어서 사실 잘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혼이니 졸혼이니 생각하던 이분도 명절 연휴 끝나고 머리 아팠던 월요일 지나 퇴근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거라는 것을 말이다. 혼인의 법적 의무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몇억 겁을 거쳐 이어진 부부의 인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이분이 모르는 건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다음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No union is more profound than marriage, for it embodies the highest ideals of love, fidelity, devotion, sacrifice, and family. In forming a marital union, two people become something greater than once they were."

짧은 영어 실력으로 번역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어떤 관계보다도 혼인만큼 깊은 것은 없다. 혼인은 사랑, 성실, 헌신, 자기 희생, 가족이라는 지극한 이상이 체현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혼인을 통해 두 사람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자신보다 훨씬 큰 누군가가 된다." 비교적 최근에 미국 대법원에서 혼인의 의미를 밝힌 판결(Obergefell v. Hodges)을 남겼는데 음미해 볼 만하다. 혼인의 핵심을 사랑, 성실, 헌신, 자기 희생, 가족이 체현된 것이라고 봤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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