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겨울철이면 길고양이가 추위를 피해 잔열이 남아 있는 엔진룸에 기어들어 가는 일이 많아 출발 전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부쩍 기온이 떨어졌던 며칠 전, 출근길에 올랐던 A씨(29)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짐을 싣기 위해 자동차 뒷문을 열었다가 닫는 순간 차 아래쪽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만약 A 씨가 여느 때와 같이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했다면 고양이들이 엔진룸에서 혹은 바퀴에 깔려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길고양이들에게 가혹한 계절, 겨울이 왔다. 평균 수명이 2~3년에 그치는 길고양이는 몇 번 되지 않는 겨울을 맞을 때마다 생존을 위협받는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특정 은신처를 마련해 두고 살지 않기 때문에 겨울이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잠자리를 찾는 데 몰두한다.
겨울철 고양이들이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는 잔열이 남아 있는 자동차의 엔진룸이다. 엔진룸은 외부에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고양이가 추위를 피해 기어들어 가는 일이 잦다. 그런데 이때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하고 바로 시동을 걸면 고양이가 가열되는 엔진에 화상을 입거나 팬벨트 등에 끼어 사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엔진룸에서 고양이가 죽으면 차량에 심한 손상을 주고 운전자 안전에도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바퀴와 차체 사이 공간에 자리 잡은 고양이. 고양이의 존재를 모르고 운행을 곧장 시작할 시 고양이가 바퀴에 깔려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바퀴와 차체 사이 공간에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도 있는데 이를 모르고 곧장 운행하는 차량이 많아 고양이가 바퀴에 깔려 죽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겨울철이면 여러 동물보호단체에서 '라이프 노킹' 캠페인을 전개한다. '라이프 노킹'은 자동차에 타기 전 보닛을 여러 차례 두드리는 등 차체에 잠들어 있는 길고양이를 깨워 안전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이외에도 ▲ 차 문 세게 닫기 ▲ 타이어 발로 차기 ▲ 운전석에 앉은 후 크게 발 구르기 ▲ 경적 울린 후 시동 걸기 ▲ 시동 건 후 10초간 기다리기 등이 주요 실천 요령으로 꼽힌다.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의 특성상 자동차 문을 여닫는 인기척에 곧장 자리를 뜨는 게 일반적이지만, 장애가 있거나 깊이 잠든 경우 차체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어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길고양이 출현이 빈번한 급식소 주변에 차량을 주차하는 운전자의 경우 보닛을 열어 확실하게 고양이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운행하는 것이 좋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길고양이 보호동아리 'HUFS 냥거주입'의 라이프 노킹 캠페인 행사 포스터. 2017년 봄 설립된 냥거주입은 매년 라이프 노킹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 HUFS 냥거주입]
한국외국어대학교 길고양이 보호동아리 'HUFS 냥거주입'은 지난달 28일 교내에서 라이프 노킹 캠페인 홍보를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동아리 대표 최유영 씨(국제금융학과·4학년)는 "교내 주차장들이 거의 지상에 위치해 있어 겨울이면 고양이들이 따뜻한 차 밑에 들어가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냥거주입은 행사 당일 핫팩 기부 이벤트를 진행해 핫팩이 팔릴 때마다 동아리 자체적으로 핫팩 하나를 길고양이 급식소에 기부했다. 내년 겨울에는 운전자들을 겨냥해 차량용 방향제를 제공하고 관련 현수막을 제작해 부착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취지의 행사를 기획 중이다. 최 씨는 "고양이들이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경우, 아이들이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차도 고장 날 것"이라며 "라이프 노킹 캠페인은 단순히 길고양이만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