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끼리 사랑을 한다면?` 현실·허구 경계 깬 상상력 발휘 누적 조회수 2억뷰 돌파 눈앞 "구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유튜브에서 '잭 킹(Zach King)'을 검색하면 큰일 난다. 시간의 비가역성, 특수 상대성 이론, 탈육체의 기현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영상이 현실인지 내가 실재인지 모를 위험한 착각이 온다. 그의 영상 앞에선 누구나 킥킥대는 웃음, 놀란 눈, 입이 떡 벌어지는 경험이 불가피하다. 당신은 분명히 말할 것이다. '헉, 저게 뭐야?'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깨부수는 상상력으로 구독자 316만명을 모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잭 킹(28) 얘기다. '디지털 시대의 새 마법사'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는 킹은 연내 유튜브 누적 조회 수 2억회를 앞둔 '거물'이다. 킹을 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만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여는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날아온 킹은 지나온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실은 대학에 떨어진 직후였어요. '이제 뭘 하지' 고민하다 갑자기 동영상이 떠올랐죠.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앞에서 희열했고 누나, 여동생의 성장 비디오를 가족에게 보여주며 정말 행복했거든요. 동영상 플랫폼 '바인(Vine)'에 영상을 올렸는데 구독자가 상당했어요. 한국인도 물론 있었죠. 그때 '어라, 내 영상이 세계에 퍼질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은 언어를 초월하니까요."
혼자 편집해 올린 영상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창의적 재능의 유전자가 호쾌한 콘텐츠에 목말라하던 수요와 만나 불꽃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영상 제작자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2층짜리 스튜디오가 생겼고 이제 혼자가 아닌 20명에 이르는 팀원과 협업한다. 하루 만에 뚝딱 만들던 영상은 이제 길게는 4주가 걸릴 때도 잦다. 아이디어는 어떤 방식으로 얻을까.
"세상을 어떻게 마법으로 물들일지가 우리의 고민이죠. 지금은 '팀'으로 움직여요. 콘텐츠가 복잡해졌으니까요. 혼자서든 함께든, 새롭고 독특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마법을 삶으로 옮기는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서울에 와서, 마침 오늘도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돌아가면 팀원들과 어떤 영상을 올릴지 아이디어를 나눠야죠, 하하."
킹의 성공에는 스마트폰 확산이란 외부 요인이 단단히 한몫을 했을 터. 여기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바인 등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킹의 영상은 급속도로 퍼졌다. 2008년 첫 영상을 올린 지 10년째인 킹에게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대가 낳은 우연의 천재일까, 피눈물 나는 노력을 거친 영웅일까.
"10년간 많은 변화를 봤어요. 처음엔 영화처럼 큰 스크린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려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다릅니다. 플랫폼과 무관하게, 더 중요한 건 구독자들이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영상이에요. 그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퀄리티' 아닐까요. 화면이 작아도 구독자는 영화보다 많아요.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은 영화보다 더 거대하고, 더 풍부한 스크린입니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킹은 저스틴 비버 '소리(Sorry)' 뮤직비디오나 호주 켈로그 마케팅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LG전자 스마트폰 G3 광고에도 참여하며 한국과 첫 연을 맺었다. "현재 한국 기업과 협업 중인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없다"는 킹은 "다만 현재 애플 스토어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기에, 곧 한국 애플 매장에서도 내 작업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눈여겨보는 한국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묻자 킹은 "사실 영상을 만들 시간이 부족해 한국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잘 모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킹은 한국인 가운데 누가 유명한가를 물었다. "한국인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아는 외국인이 한 명 있다"며 '영국 남자 조쉬'를 추천하자, 킹은 노트북컴퓨터로 유튜브 동영상을 켜더니 별도로 메모하며 활짝 웃었다.
10년간의 창작물 가운데 가장 아끼는 동영상을 묻자 킹은 오래전 영상을 틀어줬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분장을 한 덥수룩한 수염의 킹이 캔버스에서 튀어나오더니 그림 속 꽃을 꺼내들어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목걸이를 한 소녀'에게 바쳤다. "파리 박물관에 놀러갔다가 '그림들끼리 사랑에 빠진다면?'이란 상상을 했어요. 영상을 다 만드는 데 3개월도 넘게 걸렸다니까요, 하하."
끝으로 킹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의미심장한 전언을 남겼다. 구독자를 '사람'으로 대하라는 것. 그가 영상을 올린 직후 적어도 한 시간은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제가 만든 영상을 보며 누군가는 행복할 테니까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죠. '클릭하는 순간'의 짜릿함, 그게 제 삶의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