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들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스냅챗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설명하며 스냅챗을 베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스냅챗과 링크해 동시에 쓰고 있었다. 두 서비스를 연결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던 것이다. 그래서 2016년 단 하루만 콘텐츠를 게시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스냅챗을 그대로 베낀 것이지만) 우리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했다."
미국 10대가 열광하는 스냅챗의 창업자는 에번 스피걸 최고경영자다. 1990년생인 그의 삶은 축제와 다름없다.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에게 부족한 것은 없었다. 마음껏 공부하고 놀 수 있었다. 그는 명문대인 스탠퍼드대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의기투합했으나 기술과 기능, 디자인에 대해 서로 다른 권리 주장을 하며 갈라섰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피걸은 스냅챗 최대주주가 됐고, 2017년 3월 미국 증시에 상장되며 주목받았다. 기존 SNS와 달리 콘텐츠를 올리면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휘발성 기능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대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그는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와 2015년 연애를 시작해 2017년 결혼했다. 이 결혼으로 스피걸은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명성에 더해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미란다 커의 소식이 먼저 뜬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로서 그의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고객의 요구를 채워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소년 시절 성공하는 행운을 얻었던 그에게 비용 개념은 약했고 절실함도 떨어졌다. 이런 스피걸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2018년 11월 게재한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현금은 타들어가는데 손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공개 이후 스냅챗은 이렇다 할 서비스와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쌓이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 고집만 세우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가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스피걸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남용하며 독단 경영을 이어갔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컸다. 주변에서는 극구 말렸는데도 화면 디자인 변경을 강행했던 게 한 가지 예다. 그는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려고 화면 디자인을 바꿨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더 오랫동안 광고가 노출되도록 핵심 기능을 변경했던 것이다. 그러자 이용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수익성을 높이려고 했던 게 되레 이용자 감소로 이어지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스냅챗이 정체돼 있는 사이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경쟁 업체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사업을 확대하며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결국 그는 지난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장문의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앱 디자인을 바꾼 게 너무 성급했다. 많은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일에 흥분해 이용자들이 가장 빠른 방식으로 소통하도록 하는 핵심 기능을 저버렸던 것이다." 이 글을 쓰기 4개월 전에 그는 CNBC와 인터뷰하며 "삶은 돈을 버는 것과 관련이 없다"며 철부지 같은 얘기를 했는데 웬일인지 짧은 기간에 태도가 바뀐 것이다.
스냅챗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SNS 시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스냅챗에 대해 "혁신 과정은 깨졌고 점점 평범하고 늙은 회사로 변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돌려놓기 위해서는 '잊힐 권리'를 창안했던 시절의 창의성과 열정을 되찾아야 한다. 스피걸은 아직 30세도 되지 않았다. 본게임을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기업가정신으로 혁신에 매진한다면 새로운 스냅챗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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